국산 브랜드를 독자 개발하겠다는 꿈도 접지 않았다. 1946년 멕시코 최초의 국산 상용차 기업 ‘라미레즈’가 설립돼 완성차와 부품 국산화를 시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버려진 미국 군용차 부품을 조립해 트럭을 만들던 이 회사는 1961년 100% 부품 국산화를 이뤄냈다. 이때 등장한 제품이 소형 트럭 ‘루랄 라미레즈’다. 자신감을 얻은 멕시코 정부는 내수용 완성차에 100% 멕시코산 부품 사용을 의무화하며 국산화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해외 기업들이 공장 문을 닫으면서 자동차 산업의 근간이 흔들렸다. 지나친 보호무역주의가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해외 기업 이탈로 고심하던 멕시코는 1990년대 들어 다시 시장을 개방했다. 국산 브랜드 육성 대신 완성차 공장 유치에 매진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특히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에 러브콜을 보냈다. 한국의 기아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북중미 시장의 거점으로 멕시코를 선택한 배경이다. 그 결과 멕시코는 2024년 기준 연간 자동차 약 420만 대를 생산하며 한국(412만 대)을 추월했다. 생산량의 70%가량을 미국으로 수출하니 생산 중심 전략은 성공을 거둔 셈이다. 최근에는 인구 1억3300만 명,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4000달러를 바탕으로 신차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독자 브랜드에 대한 열망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2024년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최초의 국산 전기차 ‘올리니아’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단순한 생산 기지에 머물지 않고 독자 브랜드 전기차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최근 공개된 ‘올리니아 우노’ 콘셉트카는 고대 아즈텍어인 나와틀어로 ‘움직임’을 뜻하는 올리니아에 숫자 ‘1’을 의미하는 우노를 붙였다. 좁은 골목이 많은 멕시코 도심 환경에 맞춘 6인승 모델이다. 1회 완충 시 최장 125㎞를 주행하며 가솔린 차량 대비 에너지 비용을 80% 줄일 수 있어 국민차로서의 대중성을 갖췄다.
멕시코 정부는 2027년 여름 올리니아 우노를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연간 2만 대로 시작해 5만 대까지 생산량을 늘리려 한다. 현재 50% 수준인 부품 국산화율은 과거 루랄 라미레즈의 실패를 거울삼아 2030년까지 7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물론 최저가 8600달러(약 1320만원)를 지향하는 만큼 용도는 제한적이다. 하지만 독자 브랜드로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되겠다는 야심은 명확하다.
신흥 시장에서 주목받던 한국 자동차는 점차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때 한국을 추격했던 멕시코가 이제 생산량에서 한국을 앞서 나가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때다.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