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료 부담에 美 여행객, 하늘 대신 버스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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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저가항공사 스피릿항공 퇴장 이후 미국 여행객들이 항공기 대신 버스와 철도로 이동하고 있다. 항공료와 휘발유 가격이 오르고 항공 여행 혼란이 이어지면서 저가 이동 수단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피릿항공 폐업 이후 일부 충성 고객들은 실제 장거리 버스를 선택하고 있다. 테네시주 내슈빌에 사는 키야나 밀러는 최근 애틀랜타 친구들을 방문하기 위해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이용했고, 왕복 비용은 75달러에 그쳤다. 그는 올여름에는 그레이하운드 버스와 암트랙 열차를 조합해 뉴올리언스로 여행할 계획이다. WSJ는 "올해 항공 여행 차질, 비싼 항공권, 휘발유 가격 상승은 더 많은 미국인을 버스로 향하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플릭스버스와 그레이하운드를 운영하는 플릭스 노스아메리카는 5월 초 스피릿항공이 사라진 뒤 첫 주 동안 스피릿 노선과 겹치는 약 130개 구간에서 전년 대비 승객이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검색 활동도 20% 늘었다. 이는 저가 항공 수요 일부가 장거리 버스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버스업체들은 항공 여행 전반의 불편에서도 기회를 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이어진 미국 정부 셧다운은 여행객들을 몇 시간씩 줄 서게 하거나 항공편 취소로 발이 묶이게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들은 더 안정적이고 스트레스가 적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항공사들이 최근 몇 년 동안 단거리 노선을 줄인 것도 버스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업계 임원들은 설명했다
    .
    미국버스협회 최고경영자(CEO)인 프레드 퍼거슨은 "항공 여행 경험에 마찰이 생기면 버스업계가 분명히 혜택을 본다"고 말했다. 버스 회사들은 이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플릭스버스와 그레이하운드는 2025년 16개 노선을 추가한 데 이어 올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순증 기준 25개 노선을 더 늘리고 있다.


    업체들은 낡은 차량과 어두운 터미널이라는 기존 인식을 바꾸기 위해 차량 개선에도 투자하고 있다. 플릭스 산하 그레이하운드는 최근 2년 동안 더 편안한 좌석과 개선된 와이파이를 갖춘 신형 버스 181대를 구입했다. 올해는 85대를 추가로 살 계획이다. 카이 보이산 플릭스 노스아메리카 CEO는 "버스 요금이 철도와 항공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예산이 분명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버스가 특히 매력적인 구간은 300마일 이하 이동이다. 원더루의 앤드루 사비카스 CEO는 "이런 여행에서 사람들이 개인 차량이나 렌터카 대신 버스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진정한 대륙 횡단 여행에서는 누군가가 사흘 동안 장거리버스에 타기로 마음먹게 하려면 훨씬 더 큰 유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버스 여행의 매력이 반드시 최저가에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이용 후기도 나온다. 에릭 클러프와 제인 클러프 부부는 이달 초 메인주에서 뉴욕으로 2박 여행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이들은 프리미엄 업체 C&J 버스라인에서 넓은 다리 공간과 무료 간식이 포함된 표를 각각 188달러에 구했다. 교통 체증은 있었지만 부부는 편안한 상태로 도착해 손자를 만나고 박물관을 둘러보고 공연을 볼 준비를 할 수 있었다. 79세인 제인은 "여행이 좋았다"며 "치즈잇 과자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연료 가격 상승은 버스업체 수익에도 압박을 주고 있다. 그러나 비용 증가가 항상 승객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뉴욕 기반 장거리 버스 업체 아워버스는 5월 승객 평균 요금이 36달러였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 39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업체들은 항공과 자동차 이동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낮은 요금을 유지해 수요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과거에도 휘발유 가격 상승은 버스업계에 호재가 됐다. 드폴대 채딕도시개발연구소의 조지프 슈비터먼 소장은 "2010년대 초 중동 불안으로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장거리 버스의 미국 내 부상을 도왔다"고 말했다. 휘발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오래 유지할수록 버스 여행의 지속적 호황을 이끌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버스 여행의 불편한 점은 감수해야한다는 지적이 있다. 플로리다주 올랜도 인근에 사는 샤미언 스패로는 지난달 애틀랜타에 갈 때 90달러짜리 그레이하운드 표를 샀다. 그는 이 가격이 항공편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고 말했다. 다만 버스 아래 짐칸에 직접 짐을 실어야 했고, 야간 이동 중 좌석이 뒤로 젖혀지지 않는다는 점에는 놀랐다. 그래도 그는 향후 버스 여행을 배제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버스 여행의 가치는 충분히 돈값을 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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