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책 지름길? 경사노위 패싱 땐 갈등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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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정책이 격변하는 환경에 처해 있다. 노란봉투법은 원청에게 하청노동자의 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과하고 파업도 수인케 하는 것으로서 노사관계 내지 노사관계법제의 틀이나 근간을 뒤흔드는 내용이다. 또 그간 제외되었던 정리해고 결정 등을 반대하는 파업이 가능하게 되어 쟁의행위시 노사관계의 힘의 균형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근로자 추정 제도는 근로자 판단 구조를 흔드는 것이다. 알려진 법안에 따르면 추정을 복멸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반증 기준이 없는 것이다. 특고와 플랫폼 종사자 등과 같은 노동시장에 큰 혼란과 변화가 예상된다.

    재추진이 확실시되는 법정정년연장은 대기업 청년 취준생에게 큰 부담을 줄 것이다. 단계적 시행을 통해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대기업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적은 국내 노동시장을 고려하면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정책에 필요한 사회적대화 과정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논의 절차를 패싱했다는 점이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은 국회주도의 사회적대화를 통해 처리되었다. 근로자 추정제나 주4.5일제는 정부내 추진단과 국회 법안으로 진행되고 있다. 법정정년연장 역시 경사노위가 아닌 여의도식 사회적대화 과정에 있다.

    최근 노동정책 입법·제도화는 우리 노사관계 질서나 노동시장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내용임에도 매우 편의적인 추진 절차를 이용했다. 경사노위 밖에서 이루어지는 비전형적 사회적대화 방식은 추진력에서는 탄력적이고 우월할 수 있다. 그러나 편의적 사회적대화는 경사노위 대화에 비해 사회적 수용성도 낮고, 시행시 갈등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흠을 가진다.

    상설적 경사노위 사회적대화 방식을 패싱하고 편의적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정책에 필요한 적절한 내용이나 수단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부족하다. 성과 위주의 성급한 정책 추진이 가지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원하청 이중구조 해소, 특고종사자 보호, 주4.5일제, 정년연장 등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꼭 노란봉투법이나 근로자 추정제 같은 수단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에 필요한 실질적 지배 결정이라는 모호한 기준이나 반증 기준이 없는 근로자 추정 제도는 시행 즉시 소송전 발생이 불가피하다. 하청 노동자들은 자신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판단받고 싶어 하고 근로자 추정을 부인하는 사용자에 의한 법률분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주 4.5일제는 대기업 공공부문과 중소기업 간의 근로시간 이중구조 가능성, 법정정년연장은 청년에게 좁은 대기업 취업 위협 등 우리 노동시장의 큰 문제인 대중소기업간 세대간 격차만 심화시킬 것이다.

    정책 형성 과정에서 추진력을 이유로 택한 여의도식 사회적대화 방식은 전문가들에 의한 심도 있는 논의와 이견 조정 과정을 충분히 가지지 못한다. 부실한 사회적대화 등 추진 절차의 하자와 그로 인한 정책 추진 결과는 시행 시 소송 등 법률분쟁 내지 사회적 갈등 가능성만을 고조시키며 결과적으로 로펌 시장만 팽창시킨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노동정책 추진 절차의 사회적 타당성과 수용성을 높여 제도 시행시 분쟁과 갈등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

    노동제도 개선시 다른 국가에는 없는 상설적 사회적대화 기구인 경사노위를 이용토록 하는 추진 절차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경사노위는 장관급 위원장과 차관급 상임위원을 둔 조직으로, 연간 운영비는 47억원(2026년기준)에 달한다. 경사노위는 설치 이후 주요 노동정책의 산파 역할을 해왔다. 수년간 합의 또는 협의와 결렬의 반복을 통해 주 40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보호법 제정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제도 시행시 사회적 수용도가 꽤 높았다. 향후 추진하려는 주요 노동제도 개선은 사회적 수용성 높은 경사노위 사회적대화 방식을 경유토록 의무화하는 방안이라도 찾아야 한다.


    한편, 제개정 법령의 시행과 관련하여 특별한 소송전이 발생한다면 법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인 법적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노동제도는 시행 즉시 소송이 제기되는 등 법적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실질적 지배력 기준 관련 소송이, 근로자 추정제는 추정과 반증 기준 관련 소송 등이 예상된다. 분쟁을 예방해야 하는 법제도 개선이 안정이 아니라 새로운 갈등을 낳고 있다. 향후 노동제도 개선에 따르는 소송 등 법률분쟁 최소화를 위해 경사노위 사회적대화 내에 찬반이 뚜렷한 공익전문가 참여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위한 심도 있는 검토와 조율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이상희 교수/한국공학대 교양자율전공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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