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과 쿠팡(쿠팡이츠)의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주지 않기로 했다. 동의의결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자진 시정 방안을 제시하는 일종의 합의 제도다. 동의의결 신청이 기각되면서 배민과 쿠팡이츠는 입점업체들에 최혜 대우를 요구하는 등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행위에 대해 정식 심의 절차를 밟게 된다. 배민에 부과될 수 있는 과징금은 최대 51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배민·쿠팡 합의 시도 무산
공정위는 배민과 쿠팡이츠의 동의의결절차 개시신청을 모두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최혜대우 요구 △배민배달 우대 △부당 광고 등 총 3건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배민은 3건 모두 동의의결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최혜대우 요구와 끼워팔기 혐의를 받는 쿠팡이츠는 최혜대우 요구 사건만 동의의결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최혜대우 요구란 입점업체들에게 경쟁 배달앱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설정하도록 강제한 행위를 말한다. 배민은 수익성이 높은 자사 배달 서비스인 '배민배달'을 우대하고, 입점업체가 운영하는 서비스인 '가게배달'엔 불이익을 준 혐의도 받는다. '배민배달'이 '가게배달'보다 배달 예상시간이 더 빠른 것처럼 광고하기도 했다.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들이다.
배민은 이런 위반 행위를 자진해서 시정하고, 입접업체들을 위해 3년간 3000억원 규모의 상생 지원에 나서겠다는 내용을 담은 시정방안을 제출했다. 매출액 하위 20% 가게배달 점주들에게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인하해주고, 입점업체들엔 쿠폰비 일부를 지원해주는 등 피해자인 입점업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쿠팡이츠 역시 최혜대우 요구 행위를 시정하고, 4년간 입점업체에 600억원의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배민과 쿠팡이츠의 이런 제안이 경쟁 질서를 회복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배민과 쿠팡이츠가 제시한 상생 지원 방안에는 이미 시행 중인 내용이 들어가 있는 등 입점업체들이 입은 피해를 구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 이어지나
공정위가 동의의결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배민과 쿠팡이츠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정식 심의 절차가 재개된다. 지난해 말 양측에 이미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심사보고서를 송부했고, 배민과 쿠팡이츠는 의견서도 제출한 상태다. 공정위는 이른 시일 내 본안 심의 일정을 잡고 최종 판단을 내린다는 방침이다.배민의 자사 배달 서비스 우대 관련 매출은 7조7800억원에 달한다. 최혜대우 요구 관련 매출액은 약 7300억원으로 산정됐다. 공정거래법에선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책정한다. 공정위가 3건의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배민에 내릴 수 있는 과징금은 최소 2390억원에서 최대 5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쿠팡이츠의 최혜대우 요구 관련 매출액은 7100억원으로 과징금은 250억~420억원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쿠팡은 동의의결을 신청하지 않은 끼워팔기 혐의가 남아있다. 쿠팡의 멤버십 서비스에 쿠팡이츠를 연계해 쿠팡 쇼핑앱 사용자에게 배달앱 서비스 이용을 강제한 혐의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된 매출액이 5조2600억원에 달한다고 봤다. 이에 대해 최대 2104억원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배민과 쿠팡이츠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최종 판단이 나오면 양측은 제재 수위에 따라 행정소송 등 법적 불복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쿠팡은 와우 멤버십 서비스와 쿠팡이츠를 연계하는 게 사업의 핵심 전략인 만큼 해당 행위를 끼워팔기 규정하는 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끼워팔기 혐의에 대해선 동의의결을 신청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쿠팡은 쿠팡 쇼핑 사업과 쿠팡이츠 사업을 분리하라는 명령이 나올 경우 가처분 신청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추진 중인 배민 매각 작업에도 공정위의 결정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제재 수위에 따라 배민의 기업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민 관계자는 "시장의 경쟁질서를 빠르게 회복하고, 소상공인을 직접 지원하는 동의의결 신청이 무산돼 아쉽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향후 심의 절차를 통해 회사의 입장을 성실히 소명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