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트 수요 때문에 당뇨환자 물량도 모자라요."
일본 후생노동성이 당뇨병 치료제 '만자로'의 다이어트 목적 사용 자제를 의료기관에 공식 요청했다. 최근 일본에서 체중 감량을 위한 자유진료 처방이 급증하자 정부가 직접 제동을 건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 한국에서도 당뇨병 치료제를 활용한 이른바 '비만 주사' 열풍이 확산하면서 의료계와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16일 전국 의료기관에 보낸 통지문에서 만자로 등 당뇨병 치료제의 적정 사용을 요청했다. 일부 의료기관이 다이어트 목적의 자유진료로 해당 약물을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후생노동성은 이를 승인된 적응증 외 사용으로 보고 건강상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저혈당과 급성 췌장염 등의 부작용 가능성을 지적하며 주의를 촉구했다.
만자로는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약물로 일본에서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돼 있다. 후생노동성은 "임상시험에서 다이어트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며 체중 감량 목적 사용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일본 내 일부 미용클리닉과 자유진료 병원에서는 체중 감량을 원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만자로 처방이 늘고 있다.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날씬한 체형을 원하는 수요가 줄지 않으면서 고가의 비급여 치료를 선택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선 당뇨병 환자가 약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글로벌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미국에서는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과 만자로가 체중 감량 효과로 주목받으며 '오젬픽 열풍'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할리우드 배우와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사용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요가 폭증했고, 실제 당뇨 환자들이 약을 구하지 못하는 공급 부족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장조사업계는 향후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수십조 엔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고령화와 생활습관병 증가로 비만 관리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당뇨병 치료제 시장보다 비만 치료제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약물 사용이 급증할수록 부작용과 공급 부족 우려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후생노동성은 "메스꺼움과 구토, 설사, 변비 등 비교적 흔한 부작용 외에도 저혈당과 췌장염 위험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상 체중인 사람이 미용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위험 대비 효용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가 이번에 이례적으로 전국 의료기관에 경고문을 발송한 것도 이러한 우려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비만 치료제가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일본은 우선 당뇨병 환자에 대한 안정적인 약물 공급과 안전성 확보를 정책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복잡한 이슈부터 최신 트렌드까지. 지금 구독하시면, 매일 아침 <도쿄나우>가 일본의 오늘을 가장 빠르게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