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날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미 전자서명 방식으로 이란 측과 종전협상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란 측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서명했다.
그는 이번 합의의 큰 기조를 "이란이 '정상 국가'처럼 행동한다면 우리도 그들을 '정상 국가'로 대우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접근은 이란 국민과 걸프 지역, 그리고 미국 모두에게 큰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란 측이 앞서 제시한 조건에 "일부 양보안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핵무기 개발로 이어지는 경로를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면서 "대통령은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이란에 대한 공습) 결정을 내렸고, 그것이 현재의 노력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에 관해는 "통행량이 이미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늘어날 것"이라면서 "1~2주 뒤면 완벽한 정상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더라도, 해협을 오가는 선박의 수는 상당히 증가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3달러로 떨어졌는데, 이는 상황이 얼마나 빨리 정상화될지에 대한 시장의 합의된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협 통행료에 관한 발언은 상당히 미묘하다. 이 고위 관계자는 "통행료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우리는 이미 60일간 통행료 없이 운항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으며, 이것이 최종 합의안에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고위관계자는 "이번 MOU가 유효한 기간 동안에는 통행료나 별도의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해협이 다시는 폐쇄될 일이 없도록 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며, 동시에 지역 내 다양한 이해관계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이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논의 과정에서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는데, 단순히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방안도 있지만 지역 주민들이 더 선호할 만한 다른 대안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에스마일 바게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의 항해 서비스 및 보험에 대해 필요한 비용을 설계해 징수할 것"이라고 전날(이란시간 15일) 밝혔다. 그는 "일정한 기간 동안 상대방의 조치에 상응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한 통행을 관리할 것"이라면서 "우리(이란)는 통행료를 받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항해 서비스, 보험, 환경보호 등을 위한 비용을 설계하고 징수하겠다"고 했다. 이 내용과 미국 당국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통행료는 아니나 서비스 비용은 일부 부과되는 형태로 이란과 오만의 해협 관리체제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합의에는 이란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기금 조성도 포함되어 있다고 이 당국자들은 확인했다. 고위 당국자는 "이란 동결자금 해제, 제재 완화, 그리고 국가 재건을 위한 막대한 규모, 3000억달러의 자금 지원 가능성 등이 논의될 것"이라면서 "이 모든 것은 그들의 이행 성과와 연동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단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이라면서 "자금을 풀어주거나 세계 경제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 혹은 다른 국가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조차도 그들이 먼저 '투자할 만한' 나라가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 이후 해당 지역 내 미군 전력에 가시적인 변화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이 당국자들은 "우리는 지난 2월 작전 준비를 위해 해당 지역에 전력을 증강했으나, 현재로서는 이를 다시 감축하는 단계에 있지는 않다"면서도 "이번 합의는 최종 타결 시 해당 지역의 미군 전력을 감축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이 양보안을 제시하고 핵 프로그램 관련 활동을 일부 중단한다는 전제"로 증파된 미군 병력을 철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란이 요구해 온 동결자금 해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이나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현재까지 이란에 풀어준 동결자금은 없다”고 답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동결자금이 이미 풀려서 제공되었다는 주장은 선전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한편 미국 당국자들은 중재 과정에서 오만에 느낀 불만을 토로하고 파키스탄과 카타르의 협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위 당국자는 "오만 측의 중재 방식에 우리는 불만이 많았다"면서 "그들은 매우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고, 마치 이란 측의 고용인처럼 움직이는 인상을 줬다"고 했다. 그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군 참모총장과 밴스 부통령 및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간 긴밀한 관계를 활용했다면서 밴스 부통령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양해각서(MOU)의 내용이 24~48시간 내에 공개될 것이라면서 "이면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