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에셋증권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750억달러(약 103조원) 규모 기업공개(IPO) 주관단에서 약 3억1000만달러(4700억여원) 규모의 물량을 배정받았다. 스페이스X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온 미래에셋이 글로벌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결과라는 평가다.
12일 스페이스X가 공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IPO에서 231만4815주를 배정받았다. 공모가인 주당 135달러를 적용하면 약 3억1250만달러 규모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당초 약 10억달러 규모의 물량 배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배정 규모는 신청 물량의 약 30% 수준이다. 초대형 IPO 특성상 기관 수요가 집중된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아시아 금융회사 가운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일본 미즈호증권보다 적은 물량을 신청했음에도 최종적으로는 미즈호와 동일한 231만4815주를 배정받았다. 홍콩,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금융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가운데 미래에셋이 동등한 배정을 받아낸 것이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와의 오랜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은 스페이스X가 비상장 기업이던 시절부터 투자에 참여한 대표적인 기관투자가 중 하나다. 미래에셋그룹은 스페이스X와 Xai 등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8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단순한 IPO 판매 채널이 아니라 장기간 회사 성장을 함께해 온 투자자로서의 지위가 이번 배정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실제로 이번 IPO 주관단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각각 1억1111만1111주를 배정받으며 대표 주관사를 맡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JP모건이 각각 8333만3333주를 배정받았다. 미래에셋은 맥쿼리, ING, BTG팩추얼, 미즈호 등과 같은 그룹으로 분류돼 동일한 물량을 확보했다.
미래에셋은 이번 공모주 물량 외에도 코너스톤 투자자로 5000억원 규모의 물량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물량은 미래에셋생명과 미래에셋증권 등 계열사가 직접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 IPO는 단순히 판매 능력만으로 배정 물량이 결정되는 거래가 아니다"라며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어떤 투자자들이 함께했는지, 향후 장기 주주 기반을 형성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이날 IPO를 통해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최근 수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진행된 IPO 가운데 최대 규모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IPO는 총 5억5555만5555주를 주당 135달러에 공모하는 거래다. 스페이스X는 이를 통해 750억 달러(약 114조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주관사들이 추가 옵션(약 8300만 주)을 행사할 경우 조달 규모는 86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
전체 청약 물량은 목표의 4배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개인투자자들 주문 금액도 1000억달러(153조원)를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1조7700억 달러(약 2686조원)로 글로벌 상장기업 10위 안에 진입할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상장 이후에도 차등의결권 구조를 유지한다.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클래스B 주식을 통해 전체 의결권의 약 82.4%를 확보하게 되며, 사실상 경영권을 계속 장악할 전망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