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성공 기준은 흔히 체중계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몇 ㎏을 뺐는지, 체지방률이 얼마나 줄었는지가 감량의 성과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최근 비만 연구는 단순한 체중 감량보다 복부 깊숙한 곳에 쌓인 ‘내장지방’을 얼마나 줄였는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내장지방이 대사 질환을 넘어 뇌의 노화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내장지방은 복강 안쪽 장기 주변에 쌓인 지방을 말합니다. 혈당 조절 이상, 인슐린 저항성, 만성 염증 반응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내장지방 축적은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 대사 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최근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에서도 내장지방을 정밀하게 겨냥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 시란바이오는 지난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복부 내장지방을 겨냥한 짧은간섭 리보핵산(siRNA) 후보물질 ‘SA030’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후보물질은 내장지방을 줄이면서 근육량은 보존하는 작용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내장지방이 대사 질환을 넘어 뇌의 노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이스라엘 벤구리온 네게브대, 미국 하버드대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과거 최장 24개월 동안 식단 조절과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에 참여한 성인을 최장 16년 동안 추적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평균 61.4세 성인 533명의 복부·뇌 자기공명영상(MRI) 자료와 인지기능 검사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내장지방 노출이 많을수록 인지기능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습니다. 기억력 관련 평가에서도 같은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뇌 구조에서도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내장지방 축적량이 적은 사람일수록 기억력과 관련된 해마 관련 지표가 안정적으로 보존됐습니다. 뇌 위축 지표인 뇌실 확장도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됐습니다.
연구진은 내장지방과 뇌 노화의 연결고리로 혈당 조절 지표를 지목했습니다. 내장지방이 쌓이면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고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집니다. 이런 대사 이상이 장기간 이어지면 뇌혈관과 신경세포 환경에도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비만치료제 시장에도 시사점을 줍니다. 내장지방은 줄이고 근육량은 보존하는 치료제가 대사 질환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뇌 건강까지 겨냥할 수 있어서입니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습니다.
이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