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사전에 제시했던 예비 공모가를 조정 없이 그대로 확정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일정 범위의 희망 공모가 밴드를 제시하는 것과 달리, 스페이스X는 예비 공모가를 단일 가격으로 못 박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번 공모를 통해 스페이스X는 클래스A 보통주 5억 5556만 주를 처분해 총 750억 달러(약 113조 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로써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아람코가 수립했던 종전 최대 조달 기록(294억 달러)을 무려 두 배 이상 경신하며 글로벌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상장 후 스페이스X의 전체 시장가치는 1조 77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며, 이는 전 세계 상장 기업 가운데 상위 10위권 내에 진입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공모 흥행의 원동력으로 일론 머스크 CEO를 향한 개인투자자들의 견고한 팬덤을 꼽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공모 마감이 임박하면서 전 세계 개인투자자들의 주문 규모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스페이스X 측은 전체 공모 물량 중 최소 20%에서 최대 30%를 개인투자자에게 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50억 달러에서 225억 달러 수준이다. 결국 청약 마지막 날까지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개인 배정 물량의 5배에서 7배에 달하는 초과 수요가 몰린 셈이다. 이처럼 청약 경쟁이 과열되면서 상당수 소액 주주들이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되며, 향후 상장 이후 공개 시장에서 추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청약 열기도 뜨거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형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전날 마감된 청약에서 최소 50억 달러(약 7조 6000억원) 규모의 주식 매입 의사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이외에도 글로벌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을 집행하는 패밀리오피스 중 일부는 단일 기관 기준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주문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쿠웨이트투자청(KIA), 카타르투자청(QIA) 등 중동 지역의 주요 국부펀드들도 각각 10억 달러가 넘는 청약 자금을 투입하는 등 약 1000여 개에 달하는 기관들이 공모에 참여했다. 다만 스페이스X 측은 해외 투자자 배정 비율을 전체 공모주의 10% 미만으로 제한할 방침이며, 일본 투자자 몫은 기존 20억 달러에서 25억 달러로 소폭 증액된 것으로 전해졌다.
월가 일각에서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산정되었다는 우려와 함께, 상장 이후에도 일론 머스크 CEO에게 전례 없는 수준의 지배권이 집중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머스크는 IPO 이후에도 차등의결권 주식 등을 활용해 전체 의결권의 84%를 독점하게 된다. 2대 주주로는 밸러 에쿼티 파트너스가 이름을 올렸으며, 귄 쇼트웰 사장과 브렛 존슨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내부 핵심 경영진도 주요 주주 명단에 포함됐다.
이러한 지배구조 논란과 상업주의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개막 기자회견을 통해 여러 우려에 대해 항변하며 "이제는 경기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모든 공모 절차를 마친 스페이스X는 현지시간 12일 나스닥 시장과 나스닥 텍사스에 동시 상장해 종목코드 'SPCX'로 본격적인 거래를 시작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