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기사·대리운전기사·택배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방안이 결국 최저임금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익위원들이 노사 간 절충을 시도했지만 합의에 실패하면서 표결에 부쳐졌고, 공익위원 다수가 반대표를 던지면서 부결됐다.
노동계 "시대적 요구 무시...투쟁 불사"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서는 특고·플랫폼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할지를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관련 심의는 이번이 세 번째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는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시대적 요구를 무시하고 최임위가 표결을 기어이 부결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동계는 당초 도급노동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논의를 위한 전문위원회 설치라는 양보안까지 제시했으나 이마저도 외면당했다는 주장이다. 한국노총 역시 성명을 통해 "저임금 취약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본래 취지를 외면한 결정"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노조는 사태의 책임을 정부와 최임위에 돌리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공공운수 노조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한 정부와 최임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오는 16일 최임위 앞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진정한 특고·플랫폼 노동자 적정임금 쟁취를 위해 가열찬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무산된 노동계 숙원...최저임금 논의 본게임으로
특고·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은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다. 쿠팡, 배달의민족, 카카오모빌리티 등 배달과 대리운전을 비롯한 각 서비스 영역에서 플랫폼 경제가 급성장하며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비임금 종사자가 대거 늘어난 것이 배경이다. 특히 2년 전인 2024년 고용노동부가 ‘현행 최저임금법 내에서 도급제 최저임금을 별도로 정하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노동계는 이를 최임위의 핵심 심의 의제로 강하게 밀어붙였다.현행 최저임금법 제5조 3항은 '임금이 도급제나 그 밖에 비슷한 형태로 정해져 있어 시간급으로 정하기 적당하지 않은 경우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계는 배달·택배 기사 등이 이 특례 조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으나, 경영계는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개인사업자)라는 점을 내세워 강하게 반대해왔다.
올해는 고용부노동부가 사상 처음으로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공식 심의 안건으로 넘기며 첫 제도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팽팽한 이견만 확인한 채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특고 ·플랫폼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적용 논의는 결국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본격적인 내년도 최저임금 금액 심의에 돌입한다. 오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는 제6차 전원회의에서 노사는 각각 업종별 임금 심의를 시작하며 인상 폭을 둘러싼 치열한 줄다리기를 시작할 전망이다. 노동계는 강경 협상을 예고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시장 불평등을 심화할 업종별 구분 적용 시도를 반드시 막아내고, 실질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협상에 사활을 걸겠다"고 날을 세웠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