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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베네치아에 홀로 왔어요…조상들이 별 보며 만든 길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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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송이가 누구야?”

    국내 미술 애호가들은 지난달 초 이런 질문을 주고받았다.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병행전시 작가 목록에 거장 이우환(90)과 함께 다소 생소한 이름인 윤송이(43) 작가가 올라서다. 올해 병행전시 31개 가운데 한국 작가 전시는 이 두 개가 전부다. 최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만난 윤 작가는 “혼자 힘으로 병행전시에 지원해 선정됐다고 하니 국내 미술계에서는 깜짝 놀라는 사람이 많다”며 웃었다.
    ◇병행전시 ‘바늘구멍’을 뚫다
    베네치아비엔날레가 공인하는 공식 전시는 세 가지로 나뉜다. 비엔날레 총감독의 기획 아래 아르세날레 전시장에서 열리는 본전시, 각국이 대표 작가를 선정하는 자르디니 공원의 국가관 전시, 그리고 베네치아 곳곳에서 열리는 30개 안팎의 병행전시다.


    병행전시는 미술관·재단 등 별도 기관이 기획하고 비엔날레가 인증한 전시다. 기획과 운영은 전시를 여는 기관이 맡고, 비엔날레는 작품과 전시 기획 수준을 엄격하게 심사해 ‘공식’ 인증 도장을 찍어준다. 선정되면 전 세계 미술 관계자가 몰려드는 자리에서 비엔날레의 보증을 등에 업고 단숨에 세계 무대로 올라설 수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이때까지 병행전시를 연 작가는 대부분 강력한 갤러리의 지원을 받는 유명 대가들었다. 하종현(2022년)과 유영국·이배·이성자(2024년)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올해 윤 작가가 유력 갤러리의 지원 없이 홀로 ‘바늘구멍’을 뚫었다. 전시 제목은 ‘시간을 초월한 노래들’. 부산대 미술학과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은 윤 작가는 국내에서 활동하다가 10여 년 전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지금은 작가와 큐레이터를 겸하며 뉴욕 비영리 미술재단 ‘아트 엔와이씨’와 함께 전시를 직접 기획 중이다.


    “작품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저를 세상에 알릴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다 베네치아비엔날레 병행전시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년 전부터 재단 일을 하며 체계적으로 병행전시 신청 절차를 준비하면서 전시를 기획하고, 재단 이름으로 신청서를 냈어요. 마침 준비했던 기획이 소수자를 조명하는 올해 비엔날레 주제와 맞아떨어진 덕분에 병행전시로 선정될 수 있었습니다.”
    ◇‘별’로 만든 윤송이의 언어
    자르디니 공원 인근에 자리한 전시장에는 윤 작가와 프레데리크 브륄리 부아브레(1923~2014)의 작품이 함께 걸렸다.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세계적 현대미술가 부아브레는 평생 자기 부족의 말을 글자로 만드는 작업에 매달린 작가다. 조상들의 이야기와 전통을 전하기 위해 449개의 그림 글자를 만들고 이를 평생에 걸쳐 그렸다. 전시장 한쪽 벽에는 손바닥만 한 종이 카드 위에 그림과 글자를 그린 그의 작품들이 나와 있다.

    반대쪽 벽에는 캔버스의 거친 질감 위에 검은 점과 동그라미, 사람·동물·산의 형상을 그린 윤송이의 신작이 걸렸다. 윤 작가는 “한민족의 조상이 1만 년 전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사이 파미르 고원의 유목민이라는 설을 접하고, 그들의 삶을 상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길도 국경도 없던 광활한 초원에서 우리 조상들은 북극성을 따라 길을 찾았을 겁니다. 유목민들은 흩어진 별을 머릿속에서 선으로 잇고 모양을 외웠습니다. 그게 별자리였고, 인류 최초의 지도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선은 문자가 된 거죠. 고향을 멀리 떠나와 생활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조상이던 유목민들에 대한 동질감이 생겼습니다.”

    윤송이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부아브레처럼 새로운 글자 체계를 구축했다. 고대 인류의 벽화를 본떠 그린 회화 작품, 흙과 항아리를 이용한 설치 작품 등을 함께 배치했다. 그는 “시간과 공간, 다수자와 소수자라는 위치를 뛰어넘은 인간들 사이의 소통과 공감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22일까지 열린다.


    베네치아=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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