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진정성’을 앞세워 상대를 다치게 하는 리더, ‘어센틱 저크’의 탄생[IGM경영전략]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진정성’을 앞세워 상대를 다치게 하는 리더, ‘어센틱 저크’의 탄생[IGM경영전략]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내 스타일이 좀 직설적이라 그래. 너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진 마.”
    “내가 원래 한번 결정하면 잘 안 바꾸는 편이에요. 결과적으로 내 판단이 맞았던 적이 많아서 그러니까 내 말대로 하세요.”


    이런 리더의 말에는 대개 공통된 생각이 담겨 있다. 자신의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 그리고 이를 상대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말을 당당하게 꺼낸다는 거다. 그 태도에는 하나의 전제가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더 ‘진정성 있다’는 믿음이다.

    문제는 이 믿음으로 자신의 어떤 모습이든 정당화한다는 데 있다. 무례함은 솔직함이 되고, 고집은 소신이 되며, 독단은 추진력이 된다. 이렇게 진정성을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두고 진정성 리더(Authentic Leader)와 구분해 ‘어센틱 저크(Authentic Jerk)’라고 부른다. 저크는 주변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영어 표현이다.

    ◆진정성 리더란

    그렇다면 진정성 리더는 무엇이 다를까. 진정성 리더는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진실되고 일관되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자기 인식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조직심리학자 타샤 유리히(Tasha Eurich)는 자기 인식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내적 자기 인식’이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거나 스트레스 받게 하는지, 내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외적 자기 인식’이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나의 말과 행동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유리히의 연구에 따르면 95%의 사람이 자기 인식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10~15%에 불과하다.

    어센틱 저크는 특히 외적 자기 인식이 부족하다. 자신의 소신이나 리더십 스타일은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이 조직 안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는 둔감하다. 그러다 구성원이 조직을 떠나거나 팀 성과가 떨어지는 등 상황이 눈에 띄게 나빠진 뒤에야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뒤늦게 돌아본다.

    리더가 자신의 의도에만 집중할수록 그 언행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 쉽게 가려진다. ‘구성원을 위한 일이다’, ‘결국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다’라는 생각이 강할수록 자신의 공격적인 표현으로 누군가 상처를 받든, 일방적인 결정으로 누군가 무력감을 느끼든 목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해 버린다. 좋은 의도가 일종의 면죄부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떻게 외적 자기 인식을 높일 수 있을까. 첫째, 자신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정기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타샤 유리히는 나의 발전을 진심으로 바라고, 내 행동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으며, 나에게 불편한 진실을 말해줄 의지가 있는 사람을 곁에 두라고 권한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듣기 좋은 말만 들려오기 쉬워서 이런 관계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리더는 외부 리더십 코치를 구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선후배나 동료 중에서 이런 사람을 의도적으로 찾아야 한다. 대화가 정기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외적 자기 인식이 한 번의 피드백으로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피드백을 듣고, 말과 행동을 조정해 보고, 그 결과를 두고 다시 이야기하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자기 인식 수준이 점차 높아진다.

    둘째, 피드백을 받을 때는 자신의 의도보다 타인에게 미친 영향에 집중해야 한다. 가령 ‘내 말이 공격적으로 느껴졌다’라는 피드백에 ‘그건 오해다. 다 네가 잘되라고 한 거다’라고 반응했다고 해보자.


    그 순간 ‘내가 무엇을 전하려 했는가(의도)’로 ‘상대가 무엇을 경험했는가(영향)’를 덮어버리게 된다. 상대는 다시는 진실을 말하지 않기로 조용히 결심할지도 모른다. 리더 스스로 외적 자기 인식을 높일 기회를 닫아버리는 셈이다.

    사람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마주하면 자신의 의도부터 설명하고 싶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의식적으로 영향을 확인하는 질문을 해보자. ‘알려줘서 고맙다. 다음에 다르게 해보려고 하는데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느꼈는지 좀 더 들을 수 있을까’와 같은 방식이다. 이 질문으로 상대는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았다고 느끼고 리더는 자신의 언행이 미친 영향을 제대로 알게 된다.



    셋째, 피드백을 복기할 때는 두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 하나는 피드백에 대한 그럴 만한 사정을 찾으려는 유혹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유독 예민해서 그래’, ‘그때는 상황이 특수했지’라며 넘겨버리는 태도를 조심해야 한다. 이러한 합리화가 반복되면 피드백을 귀로는 들었을 뿐 자기 인식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가치나 강점을 스스로 뒤집어 보는 것이다. 굳이 강점을 살펴보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람은 자신의 약점은 경계하지만 강점은 좀처럼 의심하지 않는다. 그래서 강점에서 비롯된 어센틱 저크의 모습일수록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내가 ‘빠른 결단력’이라고 자부했던 행동이 구성원에게는 의견을 묵살하는 ‘일방적 통보’로 전달되지는 않았는지, 내가 ‘솔직한 조언’이라 여겼던 소통 방식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언어 폭력’이 되지는 않았는지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강점을 뒤집어 보는 목적은 그것을 버리기 위함이 아니다. 결단력은 그대로 유지하되 결정에 이르기 전 의견을 듣는 단계를 추가하고, 솔직함은 잃지 안되 표현의 수위를 상대에 맞게 조절하는 식이다.

    ◆‘피드백’의 필요성

    정리해보자. 우리는 지금 자신에게 편안하고 익숙한 ‘나다운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이 진정성이라고 믿어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다움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나답다’고 느끼는 모습 역시 수많은 경험과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때로는 내 말과 행동이 의도한 대로 구성원에게 받아들여지고 때로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알아가면서 진정성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은 다듬어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의도적으로 찾아야 한다.

    피드백을 들을 때는 나의 의도보다 타인에게 미친 영향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옳다고 믿어온 가치와 강점을 스스로 뒤집어서 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리더로서의 고유한 정체성과 스타일을 버리라는 뜻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진정성 리더십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한번 돌아보자. 리더로서 내가 가장 편안하게 말하고 행동했던 그 순간 구성원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가.

    백재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인사이트연구소 수석연구원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