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전 10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로터리 골목. 점심 장사도 시작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거리 곳곳에는 평소와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방한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저녁 회동을 할 것이란 소식이 퍼지면서다. 회동 장소로 홍대의 한 삼겹살집이 유력하게 거론되자 이른 아침부터 현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 17분께 황 CEO가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식당 앞에는 주류회사에서 나온 차량들이 세워져 있었다. 하이트진로 직원 4~5명은 해당 식당이 실제 회동 장소인지 확인하고, 향후 프로모션 등 마케팅 행사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현장을 둘러봤다.
이곳에서 만난 하이트진로 직원은 “아침에 관련 기사를 보고 직원들과 함께 나왔다”며 “실제로 방문하는 게 맞는다면 주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어 상황을 살펴보러 왔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젠슨 황 CEO의 삼성역 치맥 회동 이후 뜻밖의 수혜를 입은 업체다. 회동에서 마신 테라와 참이슬이 화제를 모으면서 관련 제품이 온라인상에서 회자됐다.
미국 주식 관련 팀을 이끄는 증권사 부장 이모씨도 오전부터 식당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작년 강남 깐부치킨 회동 때도 직접 현장에 갔다”며 “개인적으로도 만나보고 싶고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인물 중 한 명인 만큼 현장 분위기를 직접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 CEO의 팬이라는 20대 독립 인터뷰 기자 김모씨는 “작년에는 오후가 돼서야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오전부터 관련 이야기가 많다”며 “저녁이 되면 훨씬 많은 인파가 모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황 CEO에 대한 높은 관심은 그가 단순한 글로벌 기업 경영인을 넘어 ‘인공지능(AI) 시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미국 주식 중 하나다. 여기에 공식 행사장이 아닌 치킨집과 삼겹살집 등 한국인에게 친숙한 공간을 찾으며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까지 더해져 친근한 이미지까지 더해졌다. 젠슨 황은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등 국내 주요 기업인들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깐부치킨 대란’ 기대감에 인근 상인들도 들뜬 분위기다. 한 국밥집 사장은 “솔직히 젠슨 황이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일 거 같다니 좋은 일”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이어 “원래도 금요일 저녁이면 줄을 설 정도로 손님이 많아 재료는 넉넉하게 준비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까지는 서울 성수동 삼겹살집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일대 식당들에 예약 문의가 몰리기도 했다. 현재는 안전관리와 동선, 현장 여건 등을 고려해 홍대가 가장 유력한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경찰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강남 깐부치킨 매장에서 열린 이른바 '치맥 회동' 당시에도 황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보기 위해 취재진과 시민들이 몰렸다. 당시 경찰 추산 400여명이 현장에 모였고, 황 CEO가 이동할 때마다 인파가 따라붙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홍대는 금요일 저녁이면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대표 상권인 만큼 경찰도 안전 관리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홍대와 성수, 을지로 등 회동 가능성이 거론되는 지역을 모두 살펴보고 있다”며 “아직 장소가 공식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인파가 몰릴 가능성에 대비해 안전관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소가 확정되면 경찰서 경력뿐 아니라 필요시 기동대 지원도 검토할 수 있다”며 “주변을 구획화해 관리하고, 인파가 계속 모이는 상황이라면 원거리부터 통제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