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바로 옆에 두고 떡 하니 여기다 매번 주차하곤 합니다. 보행자 불편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아요."5일 오전 홍대 거리. 주차장과 불과 3m도 안 되는 인근 보도 위에 주차된 차량을 보고 박모 씨(53)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홍대 거리가 불법 주정차 문제로 시름을 앓고 있다. 서울 대표 상권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거리 곳곳이 불법 주정차에 점령된 것이다. 이날 좁은 도로 한쪽을 막거나 보도를 점유한 차량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보행자들은 차량을 피해 차도로 내려섰고 인근 상인들은 익숙하다는 듯 이를 지켜봤다.
◇ 보행자 "불법 주차에 보행자가 차도로 걸어가야"
이날 만난 시민들은 이런 풍경이 낯설지 않다고 했다. 박모 씨(24)는 "홍대에 오면 불법 주정차 차량을 보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닐 정도"라며 "차량이 보도에 올라와 있어도 그대로 방치된 경우를 자주 본다"고 전했다.일부 시민들은 불법 주정차가 보행 안전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이모 씨(60)는 "보도 위에 차가 있으면 결국 사람이 차도로 내려가야 한다"며 "뒤에서 차가 오면 순간적으로 놀랄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홍대처럼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모 씨(27)는 "서울 내에서도 시민들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오는 곳인데 길 위에 차들이 아무렇게나 세워져 있으면 거리 자체가 어수선해 보인다"며 "사람이 많은 만큼 차량 정리도 더 엄격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실제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서교동 기준 홍대거리 내국인 방문객은 최근 1년간 5223만명, 외국인 방문객은 약 670만명으로 강남, 명동과 함께 서울 내 2~3위권의 유동 인구를 자랑한다. 같은 기간 마포구 내 방문율 2위인 상암동의 내국인 방문객(1588만명)·외국인 방문객(72만명)과 비교해 각각 약 3배, 약 9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대표 상권인 만큼 불법 주정차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운전자 "과태료가 주차 비용보다 더 저렴"
다만 일부 운전자들은 자신들만 탓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운전자는 "불법 주정차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주변에 댈 곳이 없을 때가 많다"며 "평소에는 정해진 주차장을 이용하려고 해도 주말이나 저녁 시간대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호소했다.주차 비용을 지적하는 시민도 있었다.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나오던 이모 씨(32)는 "지난번에 홍대에 5시간 조금 넘게 주차했다가 7만원 넘게 나왔다"며 "불법 주정차 과태료가 5만원인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불법 주정차가 이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고 털어놨다.
실제 마포구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승용차·4t 이하 화물차의 주정차 위반 과태료는 4만원, 승합차·4t 초과 화물차는 5만원에 그친다. 같은 장소에서 2시간 이상 위반해도 추가 부과액은 1만원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1회에 한해서다. 반면 인근 '합정동 제2주차장'은 10분당 1900원으로 하루 최대 요금 제한이 없어 5시간 주차 시 5만7000원이 부과된다. 이는 과태료 수준을 웃도는 금액이다.이 같은 불법 주정차 문제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인도에 왜 차를 세우는지 모르겠다", "사람 다니는 길은 비워둬야 하는 것 아니냐", "주차할 곳이 없다는 이유로 보도를 막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게 그렇게 큰 문제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시각도 있었다.
다만 선제적 관리보다는 민원 제기 이후 사후 조치에 무게가 실려 있어 한계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포구 주차관리과 관계자는 "홍대 근처에는 폐쇄회로(CC)TV가 24시간 운영되고 있고, 특별 단속 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불법 주정차 신고가 들어오는 대로 최대한 빠르게 조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차장 확충 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