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국에 10~12.5% 관세 예고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을 포함한 60개 교역국을 상대로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각국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막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아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USTR은 “불합리하며 미국의 상거래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을 가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USTR은 54개 경제권을 강제노동 결부 상품의 수입을 막는 제도를 ‘도입하지도, 효과적으로 집행하지도’ 못한 국가로 분류했다. 한국 중국 일본 영국 인도 러시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국가는 관세 12.5%를 적용받았다. 유럽연합(EU) 캐나다 에콰도르 등 6개 경제권은 관련 제도는 있지만 ‘집행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 관세 10%가 부과될 예정이다.
한 국제 통상 전문가는 “USTR이 예고한 강제노동 조사 관련 예비판정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한국에는 강제노역 수입 금지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판정해 12.5%를 매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USTR은 당장 희토류와 항공기 부품 등 산업 필수 품목, 미국 물가에 영향을 주는 소고기 채소류 등은 강제노역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제안된 12.5% 관세율은 최종 확정안은 아니다. 오는 22일 공청회 신청과 7월 6일 서면 의견 수렴, 7일 공청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공청회 등의 절차가 남아 있는 데다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301조 ‘과잉생산 조사’ 결과에 따라 한국에 대한 최종 관세율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위법 판결’ 상호관세 대체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12일 USTR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지 약 3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너진 관세장벽을 다시 세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상호관세를 올해 2월 미 연방대법원은 위법으로 판결했다. 미 행정부는 곧바로 무역법 122조에 따른 10% 글로벌 관세를 임시방편으로 가동했다. 하지만 이 조치도 의회 동의 없이는 최대 150일까지만 유지돼 다음달(7월 24일) 만료를 앞두고 있다.트럼프 행정부가 그래서 꺼낸 카드가 무역법 301조다. USTR은 대법원 판결 직후 301조 조사를 두 갈래로 진행했다. 하나가 이번에 결과가 나온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 미규제’다. 나머지는 ‘구조적 과잉생산’ 조사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미 의회 공청회 등을 거쳐 이번 강제노동 관련 관세 부과 방침을 먼저 발표했다. 한국은 제조업 과잉생산에 대한 301조 조사 대상에도 포함돼 있어 향후 발표될 조사 결과에 따라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추가적인 관세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中 “일방적 관세 조치” 강력 반발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통해 총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미국이 예고한 25%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 이번에 12.5%의 추가 관세가 확정되면 기존의 15% 상호관세에 근접하게 된다. 과잉생산 문제로 한국이 5%의 추가 관세를 내야 한다면 미국의 무역법 301조로 한국에 적용되는 상호관세는 총 17.5%(12.5%+5%)가 된다.정부는 “USTR이 예고한 의견서 제출 기한과 공청회 등에 대응하면서 기존 한·미 관세 합의에 따른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중국 정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 방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 측은 “중국에는 강제노동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모든 형태의 일방적 관세 조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주완/김대훈 기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