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정기예금 금리도 함께 오르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연 3.4~3.5%의 금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3개월짜리 예금에도 연 3%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이 적지 않다. 2금융권에선 주요 신협과 새마을금고, 저축은행이 연 3.7% 이상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신호를 내비치면서 향후 예금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목돈을 안전하게 굴리려는 ‘예테크(예금+재테크)족’들의 눈길을 끌지 주목된다.
◇1금융권도 연 3.5%


3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최근 ‘e-그린세이브 예금’의 최고금리(1년 만기)를 기존 연 3.4%에서 연 3.5%로 올렸다. 이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는 연 3.2%로 SC제일은행 신규 고객이면서 SC제일은행 통장을 통해 예치금을 넣으면 우대금리 0.3%포인트를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카카오뱅크도 비슷한 시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3.2%에서 연 3.4%로 상향 조정했다. 별도 우대조건 없이 적용되는 금리다. 이 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예금 금리를 0.45%포인트 높였다. 광주은행(굿스타트 예금)과 전북은행(JB 123 정기예금)도 꾸준히 금리를 인상하며 현재 최고 연 3.41%의 이자율을 제시하고 있다. 케이뱅크(연 3.41%)와 부산은행(연 3.2%) 토스뱅크(연 3.2%) 신한은행(연 3%) 등도 3%대 금리를 내걸었다.
3개월만 넣어놔도 이자율이 연 3% 이상인 예금도 여럿이다. 수협은행이 연 3.2%로 가장 높다. 카카오뱅크(연 3.1%)와 케이뱅크(연 3.1%), 토스뱅크(연 3%) 등 인터넷은행도 연 3%대 금리를 앞세워 수신 확대를 노리고 있다.
2금융권에선 이보다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인천대건신협은 연 4%의 금리를 제공하는 한아름정기예탁을 판매 중이다. 제민신협과 순창신협도 최고금리가 연 3.7%가 넘는 유니온정기예탁금을 취급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에서도 금리 수준이 비슷한 정기예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남인천새마을금고(연 3.76%), 충북 괴산 불정새마을금고(연 3.75%), CK저축은행(연 3.7%), 더블저축은행(연 3.7%) 등이 연 3.7%대 금리를 제시했다.
◇금리 인상 신호 켠 한은
이들 금융사는 시장금리가 연달아 뛴 것을 반영해 줄줄이 수신금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1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연 3.673%로 올해 들어 0.856%포인트 올랐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이후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시장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내비친 것도 최근 시장금리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로 보나 성장으로 보나 환율, 부동산으로 보나 갈 길이 명확하다”며 “기준금리를 인상해 이런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지만, 금리 경로를 보여주는 점도표를 통해 조만간 인상에 나설 것이란 신호를 보냈다. 점도표에는 21개 점 가운데 19개가 현재 기준금리보다 높게 찍혔다. 연 3%(6개월 후)에 표시된 점이 10개로 가장 많았다. 한은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 변신 의지에 28일 주요 채권 금리를 일제히 뛰었다. 통화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하루 동안에만 0.055%포인트 급등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하반기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상황”이라며 “한은의 매파적 성향은 시장금리를 추가로 올리는 추진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뜨거워진 증시, 여전히 변수
금융권에선 금리 상승으로 정기예금으로 머니 무브가 다시 일어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1월 971조9897억원까지 증가했지만, 그 이후엔 930조~940조원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잔액은 943조3355억원으로 4월보다 6조원가량 늘었다.
전례없는 호황이 이어지는 주식시장에 대거 자금이 몰리면서 예금이 이전보다 관심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에만 7000선과 8000선을 잇달아 돌파했다. 지난해 말 약 87조8000억원이던 국내 증시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8일 약 131조1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시중은행 임원은 “증시 분위기가 워낙 뜨겁다 보니 예금 금리를 연 4% 이상으로 올려도 고객의 시선을 붙잡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코스피200 지수의 상승폭에 수익률이 연동된 지수연동예금(ELD)처럼 증시 호황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원금보장형 상품을 매력적인 구조로 설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