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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가 시장을 만든다”…서유석이 밝힌 ‘코스피 9000’의 조건 [포스트 워 투자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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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가 시장을 만든다”…서유석이 밝힌 ‘코스피 9000’의 조건 [포스트 워 투자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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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스토리 - 포스트워 투자 전략]




    “인공지능(AI) 열풍을 이끌어 온 엔비디아의 독주는 계속될 수 있을까요?”
    “코스피 상승세는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할까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세계경제를 뒤흔든 가운데 투자 환경은 또 한 번 변곡점을 맞고 있다. 빅테크 중심으로 질주해 온 미국 증시의 고평가 논란, 달러 체제의 균열 조짐, 예측하기 어려운 금리 흐름, 에너지 패권 재편,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금융 질서 변화까지. 투자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시장과 마주하고 있다. 이런 시기 필요한 것은 넘쳐나는 정보가 아니라 시장을 읽는 기준이다.


    한경매거진앤북이 출간한 책 ‘투자 대가 9인의 포스트워 투자전략’은 전쟁 이후 재편되는 세계경제와 자본시장을 진단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 구루들이 바라보는 투자 해법을 담았다. 한경비즈니스는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책에 담긴 핵심 통찰을 미리 살펴보고 불확실성의 시대,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시장의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서유석 전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출간된 ‘투자 대가 9인의 포스트-워 투자 전략’(한국경제신문)에서 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을 기업 경쟁력이 아닌 ‘제도’에서 찾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열쇠 역시 연금·세제·지배구조·디지털자산 개혁에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제조업 경쟁력에 비해 한국의 자본시장 구조는 여전히 후진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민 자산이 부동산과 예금에만 묶여 있다 보니 기업 성장 자금의 맥이 끊겼다는 의미다. 서 전 회장은 “가계 유동성이 자본시장을 통해 기업 혁신으로 흘러가고 그 성과가 다시 국민 자산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고질적인 노후 빈곤 문제를 자본시장 구조와 연결해 풀어냈다. 적립금 500조원을 돌파한 퇴직연금 대부분이 원리금 보장 상품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대표적인 ‘저수익 구조’로 규정했다.


    해법으로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실적배당형 재편을 꼽았다. 가입자가 직접 선택하는 현재의 ‘옵트인(Opt-in)’ 방식 대신 기본 투자 포트폴리오에 자동 편입된 뒤 원치 않을 때만 이탈하는 ‘옵트아웃(Opt-out)’ 구조를 도입해 미국·호주식 연금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다.

    단기 절세 아닌 ‘장기 투자 플랫폼’…NISA 벤치마킹해야



    ISA 개혁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ISA가 실질적인 장기 자산 형성 계좌보다는 단기 절세 상품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 전 회장은 일본의 신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참고해 투자 한도와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고 계좌를 장기 보유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봤다. ‘주니어 ISA’ 도입 필요성도 언급했다. 청소년 시기부터 투자와 복리 개념을 경험하게 해야 장기 투자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는 논리다.



    자본시장 세제 개편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서 전 회장은 현재 국내 자본시장 세제가 상품 구조에 따라 과세 방식이 달라지는 점을 대표적인 왜곡 사례로 지목했다. 예컨대 같은 나스닥 지수에 투자하더라도 국내 상장 ETF냐, 해외 직구(해외 상장 ETF)냐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지는 기형적인 구조라는 설명이다.

    간접투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지적했다. 개인이 채권에 직접 투자하면 매매차익이 비과세되지만 펀드나 ETF를 통해 간접 투자하면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는 구조는 장기 투자 문화 정착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손익 통산’과 ‘이월 결손금 공제’ 제도의 도입 필요성도 덧붙였다. 서 전 회장은 “투자자들이 세금 계산기를 두드리는 게 아니라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와 성장성만 보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직속 ‘코리아 프리미엄 추진 기구’ 띄워라


    서 전 회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으로 ‘제도의 한계’를 지목하는 건 낮은 주주환원율, 불투명한 지배구조, 물적분할 후 중복 상장 등이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고착화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소액주주 권리 강화와 함께 물적분할 후 재상장 제한을 주장했다. 시장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해외 장기 자금을 끌어들일 수 없다는 논리다.

    해법으로는 대통령 직속 ‘코리아 프리미엄 추진 기구’ 신설을 제안했다. 자본시장 정책을 단순한 금융정책이 아닌 ‘국가 전략’ 차원에서 다루기 위한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구상이다.

    연금과 자본시장, 국가 전략 산업 정책을 유기적으로 묶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해외 투자자 유치를 위한 ‘코리아 위크’ 정례화도 제시했다. 대통령이 직접 글로벌 투자설명회(IR)에 나서 투자자와 국내 기업 간 접점을 전방위로 넓혀야 한다는 제언이다.

    규제 묶인 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CBDC’ 이층구조로 돌파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전향적인 시각도 눈길을 끈다. 서 전 회장은 한국의 가상자산 정책이 여전히 규제 중심의 닫힌 사고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기점으로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내는 반면, 한국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토큰증권(STO)과 스테이블코인(가치안정형 화폐)을 미래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꼽았다. 부동산·채권·미술품 등 모든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쪼개어 거래하는 구조가 자본시장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내다본 미래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핵심은 공공과 민간이 상호 보완하는 ‘이층구조’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가 결제의 신뢰를 담보하고 민간의 스테이블코인이 실사용 결제를 주도하는 상생 모델이다.

    서 전 회장은 “가상자산을 무조건적인 금지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명확한 규율을 바탕으로 제도권에 적극 편입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문제의식은 단순히 증시를 일시적으로 부양하자는 차원이 아니다. 부동산과 예금에 치우친 국내 자산 구조를 자본시장 중심으로 대전환하고 연금·세제·디지털자산 제도를 통째로 리모델링해야 체질이 바뀐다는 통찰이다.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개별 기업의 숙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금융 시스템 전반의 ‘판을 바꾸는 구조 개편’에 달려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인터뷰] “배당 압박이 투자 막는다…빅테크엔 성장할 시간 줘야”<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코스피 9000선 진입 기대감이 커지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끝났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가장 먼저 손봐야 할 제도는 뭡니까.

    “결국 자본시장이 프리미엄 시대로 가느냐는 기업 펀더멘털이 얼마나 살아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기업들이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배당성향 40% 이상 같은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모든 기업에 배당을 더 하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습니다.”

    -왜 문제라고 보십니까.

    “빅테크 기업들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은 기술개발과 대규모 Capex 투자가 우선입니다. 그런데 배당 압박이 커지면 투자 재원이 배당으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투자가 선행돼 기업가치가 커지고 그 결과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투자자들에게 보답하는 구조가 돼야 합니다. 반대로 금융지주처럼 성장성이 높지 않은 기업은 배당을 많이 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 성격에 맞게 배당정책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장기 투자 문화 정착엔 뭐가 필요합니까.

    “결국 시장의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미국 S&P500이나 나스닥처럼 오래 보유하면 수익이 계속 불어난다는 믿음을 투자자들이 가져야 합니다. 한국 시장은 과거에도 크게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흐름을 반복했습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장기 투자 문화가 자리잡기 어렵습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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