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첫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이후 30년이 넘었지만, 지자체와 지방의회 선거가 사회에 완전히 뿌리내렸다고 확언하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우선 유권자 한 명에게 기본적으로 투표용지 7장이 주어질 정도로 투표권을 행사할 대상이 너무 많다.
후보 신상과 공약을 일일이 검토해 표심에 반영하는 게 적잖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당 공천이 없어 후보자 성향을 알기 힘든 교육감 선거는 후보 난립까지 겹쳐 ‘깜깜이 선거’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지방선거가 여전히 중앙정치의 ‘대리전’ 양상으로 진행된 것도 문제다. 이번 지방선거도 ‘내란 세력 척결’ ‘독재 저지’ ‘부동산 심판론’ 같은 중앙 정치 이슈가 전면에 등장했다. 지역 현안에 둔감한 인사를 중앙에서 ‘낙하산’으로 보낸 모습도 재연됐다. 후보 검증 기회가 부족했고 여야 간 폭로·비방전이 가열되면서 선거전 양상이 혼탁해지기도 했다.
선심성 공약(空約)이 또다시 남발된 점이 유권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반도체 공장 유치부터 공항 철도 항만 같은 사회기반시설 확충까지 지역 개발 공약을 줄줄이 내놨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청년 일자리 확충과 관련해서도 지키기 힘든 장밋빛 약속을 남발했다. 각종 지원금 명목의 현금성 공약 또한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대다수 지자체가 재정 자립도가 매우 낮은 만큼, 이 같은 포퓰리즘성 공약은 자칫 국비와 각종 기금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선심성 공약의 ‘청구서’는 결국 유권자가 지급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가 인내심과 분별력을 갖고 투표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