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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1000t 밭에 버렸다… 감자값 0유로 된 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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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1000t 밭에 버렸다… 감자값 0유로 된 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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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전역에서 기록적인 풍작이 이어지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냉동 감자튀김 수출국인 벨기에에서 가공용 감자가 대량으로 남아돌면서 가격이 사실상 0유로까지 추락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동 정세 불안, 저가 생산국의 추격까지 겹치면서 감자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감자튀김의 수도에 문제가 생겼다: 감자가 너무 많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벨기에 감자 산업이 심각한 공급 과잉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벨기에의 감자 수확량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반면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경쟁 심화로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 감자튀김 가공용 감자의 현물시장 가격은 수개월째 톤(t)당 0유로로 공시되고 있다. 3년 전 t당 약 600유로(약 100만원)에 거래됐던 점을 고려하면 가격이 사실상 붕괴한 셈이다.

    벨기에는 세계 최대 냉동 감자튀김 수출국으로, 감자 산업은 국가 식품 수출의 핵심 분야 중 하나다. 대부분의 가공업체가 농가와 계약재배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계약 물량을 초과한 감자는 현물시장에서 거래된다.


    벨기에 동부의 농부 크리스 드헤이레는 최근 팔리지 않은 감자 1000t을 폐기해야 했다. 구매자를 찾지 못한 채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서 감자에 싹이 나 상품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는 토지 관리비와 종자, 비료, 인건비 등을 포함해 약 16만유로(약 2억80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NYT에 밝혔다.

    배경에는 유럽 전역의 풍작이 있다. 감자튀김 산업 성장에 맞춰 재배 면적이 꾸준히 확대된 데다 기상 여건까지 좋게 맞아떨어지면서 하게 작용하면서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유럽 감자 수확량은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현재 감자튀김용 감자 약 500만t이 유럽 전역에 쌓여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늘어난 공급을 수요가 흡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벨기에 감자산업협회 벨가폼은 현물시장 거래가 사실상 멈춘 이후 두 달 넘게 기준 가격을 t당 0유로로 공시하고 있다. 가공용 감자 가격은 올해 2월 t당 15유로, 3월 10유로까지 떨어진 뒤 사실상 거래가 중단됐다.

    벨가폼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토프 베르뮐렌은 지난달 벨기에 통신사 벨가와의 인터뷰에서 "농부들은 감자를 팔긴 했지만 0유로에 팔았다"며 "밭에 갈아엎거나 폐기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NYT에 따르면 한 농민은 팔리지 않은 감자 4000t을 처리하기 위해 무료 나눔 행사를 열었으며, 현지에서는 이번 사태를 '감자 홍수'를 뜻하는 '카르토펠 플루트(Kartoffelflut)'라고 부르고 있다.

    풍작으로 늘어난 물량을 해외 시장이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것도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유럽산 냉동 감자튀김의 수출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 판매가 둔화됐다. 월드포테이토마켓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까지 12개월간 EU의 대미 냉동 감자튀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까지 겹쳤다. 냉동 감자튀김은 생산부터 보관, 운송까지 냉장 설비가 필요해 에너지 비용 영향을 크게 받는다. 업계는 물류비 상승으로 중동 시장 수출 채산성도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환경도 예전 같지 않다. 중국·인도·이집트 등 신흥 생산국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유럽 내 고물가 여파로 외식 소비가 둔화하면서 감자튀김 수요도 예상을 밑돌고 있다.



    소비 트렌드 변화 역시 변수로 꼽힌다. 건강한 식단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위고비·오젬픽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사용이 확산하면서 감자튀김과 같은 고열량 가공식품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벨가는 이번 가격 급락이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식용 감자 가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공급 과잉이 발생한 품목은 냉동 감자튀김 가공용 감자에 한정되며, 식용 감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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