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 시장이지만 결국 수요의 힘이 작동하기 마련입니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거래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즉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질서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은 매주 수요일 '주간이집' 시리즈를 통해 아파트 종합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와 함께 수요자가 많이 찾는 아파트 단지의 동향을 포착해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 집값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동탄을 대표하는 대장 아파트 '동탄역롯데캐슬' 전용면적 84㎡가 20억원을 뚫으면서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의 호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과급으로 자금 여력을 확보한 고소득 직장인 수요가 시장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3일 아파트 종합정보 앱 호갱노노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5월 25~31일) 기준 방문자가 가장 많았던 단지는 동탄역롯데캐슬이었습니다. 지난주에는 3만7046명이 방문한 데 이어 이번 주엔 3만7529명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 단지가 실수요자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집값 상승세가 매서워서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7일 20억80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지난 4월 19억4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던 이 단지는 불과 1달 만에 2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또 다른 전용 84㎡ 역시 지난달 27일 20억5000만원에 거래돼 2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이 면적대 역시 지난 2월 19억원을 기록한 이후 가격 상승이 더디다 3개월 만에 1억원이 올라 '20억 클럽'에 들어섰습니다.
동탄역 롯데캐슬은 동탄2신도시에서도 상징적인 단지로 꼽힙니다. SRT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지나는 동탄역과 직접 연결된 초역세권 입지에 백화점과 상업시설, 업무시설 등이 밀집해 있어서입니다. 동탄에 거주하는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도 "언젠가는 저 단지로 이사를 해야지"하고 꿈꾸는 '워너비 단지'이기도 합니다.
반도체 회사들이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 이 단지 집값 상승 배경 가운데 하나 지목됩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요 기업의 성과급 규모도 다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탄은 삼성전자 기흥·화성캠퍼스와 평택 캠퍼스 배후 주거지 역할을, 여기에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종사자 수요까지 일부 흡수하고 있습니다.

동탄 부동산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원들의 자금력이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성과급이 집중적으로 지급되는 시기에는 거래 문의가 늘어나고, 일부 단지에서는 실거래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현지 공인중개업소들의 설명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느껴집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최근 '동탄 이거 맞냐'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삼성전자에 재직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작성자 A씨는 "동탄 호수공원 인근 아파트를 보러 다녔는데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며 "마음에 드는 집을 골라 계약하려고 하니 집주인이 그 자리에서 가격을 2000만원 올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집들은 호가를 5000만원씩 높여 그 매물이 사실상 가장 저렴한 수준이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동탄구 여울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삼전닉스'의 업황이 동탄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최근 집값이 20억원을 넘어선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전닉스' 호황에 더해 동탄 집값에 크게 기여한 GTX 호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동탄역을 지나는 GTX-A노선은 이달 전 구간 연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전 구간이 개통되면 동탄에서 서울역까지 25분이면 도착합니다. 동탄역롯데캐슬은 동탄역과 지하로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GTX 개통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을 전망입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GTX 개통이 동탄신도시 집값 상승의 방아쇠가 됐다"며 "이에 더해 삼성전자 등 대기업 직원들이 몰려들면서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