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생활수급자인 피고인의 국선변호인 선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인만 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한 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최근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작년 7월 부산의 한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종아리 상처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의료진한테 욕설과 폭행을 하고, 응급실 안쪽 벽을 주먹으로 쳐 일부 물품을 파손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2006~2021년 폭력과 음주운전 등으로 사회질서를 어지럽혀 오고도 줄곧 벌금형으로 선처만 받아왔다”며 “이번에야말로 다시는 국법질서를 능멸하지 못하도록 버르장머리를 뜯어고쳐야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A씨의 형량은 벌금 600만원으로 감형됐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유형력의 정도가 비교적 무겁지 않은 점,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단계에선 양형이 아니라 원심의 재판 절차가 위법한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A씨는 작년 12월 자신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에 해당한다는 소명 자료를 제출하고,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했다. 그러나 원심은 이를 기각해, A씨는 변호인이 없는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대법원은 “A씨가 빈곤으로 인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고, 원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 선정 결정을 했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A씨로 하여금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했다”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