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전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초안에 추가 양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란도 자체 수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이란 타스님 통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측은 아직 확정된 합의는 없다며 협상 결렬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수정안에 이란도 맞수정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계열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합의문에 자체 수정안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양측의 문안 교환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란 역시 당연히 합의문에 자체적인 수정안을 반영할 것"이라며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미국이 수정안을 냈다고 해서 이란이 이를 수용하기로 한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이란의 판단 기준은 우리가 직접 동의할 수 있는 문안인지 여부"라며 "트럼프 측이 수정안을 적용했다고 해서 이란이 이를 수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당국자 3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MOU에 담긴 잠정 합의 조건을 강화했으며, 수정사항을 반영한 문서를 다시 이란 측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도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초안에 추가 조건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수정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이란의 핵무기 포기, 고농축 우라늄(HEU) 문제 등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내가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것은 핵무기가 없다는 보장"이라며 "이란도 이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이란은 아직 결론이 난 사안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 국영TV 인터뷰에서 "이란과 미국 간의 대화와 메시지 교환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명확한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는 어떠한 판단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안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현 단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이야기와 시중에 떠도는 추측 및 억측은 귀담아듣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딜' 대비 언급한 이란
협상 결렬 가능성도 공개적으로 언급됐다. 타스님 통신이 인용한 소식통은 "이란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노딜)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수정안이 협상 진전으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낸 셈이다.이란 내부에서는 합의 승인 문제를 두고도 강경한 발언이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국영방송에서 "이란 국민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된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어떤 합의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 차는 핵 협상 조건에서도 드러난다. 이란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묶어둔 120억달러 규모 자산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농축우라늄 비축분 폐기 문제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맞섰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설명도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이뤄지면 이란이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통행료를 물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란 측은 "그런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란 의회에서는 오히려 해협 관리권과 행정 수수료 부과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 수송과 직결된 통로다. 협상이 늦어질수록 해협 정상화와 원유 공급 회복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당분간 남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협상장 밖 군사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CNN은 위성사진 분석을 근거로 미국 공습을 받은 이란 지하 미사일 기지 일부에서 복구 정황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18개 기지에서 터널 입구 50곳이 다시 정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 국영방송은 혁명수비대가 미국 무인기의 영공 접근을 막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측의 확인은 나오지 않았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