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자판 없는 키보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타자를 치는 대신 인공지능(AI)과 대화하듯 말로 지시를 내리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생성형 AI 확산이 음성 입력을 업무 도구의 중심으로 끌어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서 '자판 없는 키보드' 뜬다

2일 중국 대표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에선 자판 없는 키보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중국 스타트업 난징진신완과학기술의 제품인 아하키X1이다.
이 제품에는 일반 자판이 없고 버튼 4개, 마이크 1개, AI 호출 버튼 1개만 있다. 사용자는 키보드처럼 타자를 치는 대신 AI와 대화하듯 말로 지시를 내린다.
예컨대 회의 메모 정리, 이메일 작성, 코드 생성, 보고서 초안 작성 등을 음성으로 명령하면 해당 내용이 클로드·챗GPT·딥시크 등 AI 도구로 자동 전달된다. 가격은 269위안(약 6만원)으로 비교적 낮다. 대형 마이크가 포함된 제품은 400위안대다. 현재 다양한 산업 자본과 기관 투자가들이 이 기업에 투자 의향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 입력 자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 음성 입력은 주로 말을 문자로 바꾸는 도구였다. 인식률이 95%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나머지 오류를 사용자가 직접 고쳐야 했다. 게다가 '음' '어' 같은 군더더기 표현이나 잘못 찍힌 문장부호 때문에 결국 타자보다 번거롭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AI 대형모델 등장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제 음성은 단순히 받아쓰기 대상이 아니라 AI에 업무 의도를 전달하는 명령어가 됐다. AI는 소비자의 말을 이해하고 불필요한 표현을 지우고 문장을 다듬거나 조화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사무실 소음·보안 문제가 장벽
현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프로그래머, 변호사, 콘텐츠 제작자 등 장시간 문서·코드·아이디어 작업을 하는 직군에서 음성 기반 AI 사용이 늘고 있다.프로그램 개발자가 "사용자 등록 화면을 만들고 기존 이용자 환경(UI)과 맞춰 달라"는 식으로 말하면 AI가 코드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난징진신완과학기술 관계자는 중국 매체 경제관찰보에 "타자를 칠 필요가 없다는 것보다 생각을 말로 던지면 AI가 이를 구조화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음성 입력이 기존 빠른 타자 대체재에서 벗어나 AI 시대의 새로운 업무 도구로 부각된다는 얘기다.
물론 한계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소음과 사생활 보호다. 개방형 사무실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에 AI에게 말을 걸면 업무 공간이 시끄러워질 수 있다. 주변 사람에게도 방해가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난징진신완과학기술은 지향성 마이크를 활용해 주변 소음을 줄이고 있다. 중국 최초 AI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한 아이플라이텍은 회의·전시장 같은 복잡한 환경에서도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을 내놓고 있다.
또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다. 음성 입력은 사용자의 말, 회의 내용, 이메일 초안, 코드 논리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룬다. 이 때문에 기업용 음성 AI 도구는 기술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 저장 방식, 보안 정책, 개인정보 처리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음성 입력이 단독으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대체하기보다는 AI와 결합해서 업무 도구로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AI 대형모델이 문맥을 해석하고 명령을 분해하고 결과물을 더 효율적으로 다듬을 수 있기 때문에 음성 입력의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