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는 최근 국제 창업생태계 평가기관 ‘스타트업블링크(StartupBlink)’에서 발표한 ‘세계 창업기업 생태계 2026 지수’에서 세계 391위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5년 안에 세계 100위권 창업 도시에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울산시는 지난해 546위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이 지수 순위에 진입한 데 이어 1년 만에 155계단 뛰어올랐다. 울산시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딥테크 창업기업 500곳 육성, 산업융합 인공지능(AI) 인재 500명 양성 등을 통해 5년 안에 세계 100위권 창업 도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최근 전국 단위 창업 공모전 모집 실적이 전국 꼴찌였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3월 26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창업 공모전인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신청자를 모집했다. 그 결과 전국에서 총 6만2944명이 몰려들어 흥행몰이를 했다.
하지만 울산에서는 604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저 지원자’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인구가 울산의 절반 수준인 제주도 울산보다 많은 610명이 신청했다.
울산에서 창업 열기가 저조한 이유로는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울산의 산업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울산지역에서 유일한 4년제 대학인 UNIST(울산과학기술원)와 울산대 등 두 곳의 대학이 이 사업에 아예 참여하지 않은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 시·도에서 대학이 참여하지 않은 곳은 울산이 유일했다.
대구와 부산은 대학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덕분에 모두의 창업 참여자 규모가 각각 3836명(대구), 2099명(부산)에 달했다. 울산의 민간 창업 전문 기획자인 송봉란 이노빌드랩 대표는 “울산은 대기업 도시라는 특성 때문에 1인 창업 기반이 굉장히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발굴하기 힘든 기술형 청년 창업 인재가 상대적으로 많다”며 “이들이 창업시장에 뛰어들도록 울산시와 대학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창업 전문가는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이 330억원을 쾌척해 종하이노베이션 스타트업 허브를 건립하는 등 울산은 어느 지역보다 벤처투자 여건이 좋다”며 “울산시와 대학,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예산 타령을 하기 전에 좀 더 열정적으로 창업 열기 확산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조재호 울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청년 창업 열기 확산은 곧 지역 일자리와 청년 유출 완화로 이어지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며 “청년 창업에 보다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