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6월 1일 오전 8시 한국경제신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에 게재됐습니다.
국민참여형 성장펀드 가입자는 상장 주식 주가가 하락해 손실을 볼 경우에도 세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주식 가치가 떨어져도 펀드의 과세 대상 소득이 줄어들지 않는 구조인 데다 정부가 밝힌 최대 20% 손실 보전분에 별도의 세금이 붙기 때문이다.
◇펀드 손실 나도 세금 내야
1일 한국경제신문이 복수의 펀드사무관리회사 도움을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에 가입한 투자자가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종목의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본 뒤 이를 정부 재정으로 전액 보전받았다면 투자 수익률은 0%여도 배당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민성장펀드는 이재명 정부가 자본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역점 과제로 내세운 정책펀드다. 최대 40%에 달하는 소득공제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앞세워 출시 1주일 만에 판매 한도 6000억원이 모두 소진됐다. 국민 투자금에 정부와 펀드 운용사가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해 20%가량의 손실을 우선 부담한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 손실 보전분이 일반 투자자의 과세 대상 소득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펀드에 들어 있는 국내 상장 주식을 비과세하는 현행 소득세법이 이 같은 세금 문제를 야기했다고 지적한다. 비과세 대상이 되면 상장 주식에서 손실이 난다고 해도 과세 대상 소득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상장 주식 손실은 반영되지 않은 채 후순위 투자자의 손실 보전분이 고스란히 과세표준에 잡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개인 투자자가 국민성장펀드에 1억원을 넣었다고 가정하자. 이때 다른 자산의 가치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편입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종목의 주가가 떨어져 펀드에서 20%의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자의 순자산은 8000만원으로 감소한다. 하지만 정부와 운용사가 손실분을 보전해줄 경우 순자산은 다시 1억원이 된다. 수익률은 0%인 셈이다.
하지만 과세 대상 순자산은 실제 순자산(1억원)보다 많은 1억2000만원으로 잡힌다. 상장 주식 하락에 따른 손실(-2000만원)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운용사가 보전해준 2000만원은 과세표준에 포함된다. 결과적으로 이 2000만원만큼의 보전분이 과세 대상 소득으로 잡혀 여기에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9.9%)을 곱한 198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정부의 손실 보전분에 세금을 부과하는 셈이다.
◇7월 세법 개정 때 개선될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세제 난맥상이 예고된 일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세금을 내야 하는 문제는 국내 상장 주식이 비과세여서 발생하는 것으로 국민성장펀드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며 “배당주 펀드를 비롯한 다른 펀드에서도 나타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이론적으로는 상장 주식이 과세 대상에 포함되면 해결되는 문제다. 그러나 세제당국에서 상장 주식 비과세를 건드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 소득세 도입 논란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 주식 비과세 문제를 건드릴 수 없다면 정부 재정을 통한 손실 보전분에 대해서라도 비과세 처리하도록 오는 7월께 발표될 세법 개정안에 반영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이 경우 정치권에서 국민성장펀드 세제 혜택이 과도하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세제당국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현재 주어지는 세제 혜택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평가가 있다”며 “여기서 세제를 추가로 건드리면 정치권에서 세제 지원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심우일 기자 goodwi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