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반도체 의존도는 수출 실적에서 나타난다. 지난 5월 수출액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대인 42.3%(371억6000만달러)까지 늘어났다. 통상 20% 안팎이던 반도체 수출 비중은 3월 38.1%로 확대됐다가 4월 37.1%로 주춤했고, 5월 40%를 넘어섰다.
주식시장 역시 AI·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강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28.5% 치솟았지만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948개 종목 중 주가가 오른 것은 111개로 전체의 11.7%에 불과했다. 반면 811개 종목( 85.6%)은 하락했고, 26개(2.7%)는 보합이었다.
반도체 외끌이 성장은 경제 지표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조업 생산은 전 분기보다 3.0% 증가하며 5년여 만에 최대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도체가 14.1% 급증하며 성장을 견인했을 뿐,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0.2%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일부 수출 대기업과 자산 시장의 호조와는 달리 내수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과 자영업, 서비스업은 고물가·고금리 늪에 허덕이는 K자형 양극화가 선명해지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산업은 중국의 공세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달 20개 주력 수출 품목 중 자동차와 철강, 가전 등 8개 품목의 수출이 작년 같은 달보다 감소했다. 화려한 반도체 실적에 가려진 산업 전반의 체력 저하를 간과해선 안 되는 이유다.
반도체 호황 이후를 견인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 기업의 도전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는 게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