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6월 1일 오후 2시 한국경제신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에 게재됐습니다.
국내 중견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인 미코그룹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세계 LNG발전 설비 시장의 강자가 됐다. 최근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네덜란드의 LNG발전 핵심 설비 원천 기술업체를 인수하면서 미국 GE, 일본 미쓰비시파워 등과 경쟁하는 글로벌 발전설비 기업 반열에 올랐다.
◇ 유럽 넘어 북미시장 정조준
1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미코그룹이 인수하는 네덜란드 넴에너지는 LNG발전소에 들어가는 배열회수보일러(HRSG)분야에서 유럽 선두권 업체로 평가된다. 글로벌 조사업체 맥코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NG발전 설비 HRSG 수주 실적에서 넴에너지는 미국의 GE·보그트·누터에릭슨, 일본 미쓰비시파워 등 쟁쟁한 경쟁사를 누르고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LNG발전의 전체 기자재를 만드는 GE·미쓰비시파워 등을 제외한 독립계 HRSG 업체 중에선 한국의 비에이치아이(BHI)와 함께 세계 5대 기업으로 꼽힌다. 이번 인수로 세계 5대 기업중 2곳이 한국 기업 차지가 된 것이다. 국내 HRSG 시장에서 원천기술을 보유하면서 설계, 제작, 납품, 설치 능력을 가진 기업은 BHI와 SNT에너지뿐이다. 미코도 원천기술을 보유하게 돼 HRSG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코그룹은 2024년 세계 최대 HRSG생산 공장을 가진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을 인수, 넴에너지와 시너지가 상당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의 중국 연태 공장은 세계 최대 HRSG 파운드리(주문 제작) 공장으로 평가받는다. 미코그룹은 이번에 HRSG 원천 기술을 가진 넴에너지 인수로 기술 로열티 지불 부담도 상당부분 줄어들 전망이다. 또 넴에너지의 유럽과 중동지역 고객도 끌어오고 장기적으로 미국 수주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 만으로는 미중 갈등으로 미국 직접 수출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미코그룹이 유럽과 중동, 아시아를 넘어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릴 것”이라며 “연내 신규 수주만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친환경 발전원 된 LNG
HRSG는 가스터빈과 함께 LNG발전의 핵심 설비로 꼽힌다. LNG를 가스터빈에서 연소시켜 나온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600도가 넘는 고온의 배기가스가 직경 3.8㎝, 길이 24m짜리 관 수천여 개로 구성된 HRSG 본체를 통과하면 관 속을 흐르는 물이 순식간에 수증기로 변해 스팀터빈을 돌리는 구조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LNG발전소는 열효율이 중요한데, HRSG는 LNG발전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발전업계에선 LNG발전 시장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에너지 안보 수요가 맞물리면서 향후 3년간 수퍼사이클(장기 호황)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발전업계 대표는 “유럽연합(EU)이 친환경 투자 기준인 ‘EU 택소노미’에 LNG발전을 포함한데다 원자력발전의 경우 짓는 데 10년가량이 걸린다는 점에서 당장 지을 수 있는 LNG발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LNG발전용 가스터빈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해 동이 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SK하이닉스 전신 현대전자 엔지니어 출신인 전선규 미코그룹 회장은 1996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장비 세정 및 코팅 기술을 국산화해 미코를 설립했다. 그룹 지주사격인 코스닥 상장사인 미코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장비에 쓰이는 정밀부품의 세정·코팅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코스닥 상장사 코미코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