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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포장쯤이야" 찬밥신세였는데…TSMC, 독주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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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포장쯤이야" 찬밥신세였는데…TSMC, 독주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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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대만 중부 자이현 타이바오시의 11만㎡가 넘는 부지에는 공사 차량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TSMC의 신규 첨단 패키징 공장 AP7을 건설하기 위해서였다. 이 공장은 가공이 끝난 반도체 칩을 기판에 놓고 완제품을 제조하는 패키징 공정을 전담할 예정이다. TSMC는 대만에 AP7 외에 패키징 공장 여섯 곳을 더 보유하고 있다. ASE 등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상위 기업 10개 중 5개가 대만 업체다. TSMC를 중심으로 대만이 ‘반도체 패키징 거점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찾은 AP7 건설 현장 입구는 휴일인데도 굴착기와 덤프트럭으로 가득했다.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곧 시작될 첨단 장비 반입에 맞춰 건물 뼈대를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TSMC는 이르면 올 하반기 AP7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TSMC가 패키징 공장을 계속 짓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패키징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패키징은 단순 ‘포장’ 취급을 받으며 우선순위에서 미세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에 밀렸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열풍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서로 다른 반도체를 하나로 묶어 성능을 극대화하는 첨단 2.5D·3D 패키징이 AI 반도체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승부처로 떠오르면서다. 수십 년 전부터 패키징 투자를 확대한 TSMC는 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대만이 글로벌 AI 반도체의 핵심 공급망으로 부상하자 세계 테크 기업들의 시선도 대만으로 향하고 있다. 오는 2일 개막하는 대만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6’에 엔비디아 등 테크 기업이 모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韓 방심한 사이, 첨단 패키징 키운 대만 … AI칩 생태계 장악
    2010년대 패키징 개발 선제 투자…ASE·SPIL 등도 후공정 강자로

    대만은 1980년대 중반 반도체를 미래 핵심 먹거리로 삼으면서 패키징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병행했다. 후공정이 받쳐주지 않으면 반도체 완제품을 제대로 제조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이 결단에 따라 1987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가 탄생했고, 1997년엔 세계 1위 후공정(OSAT) 기업 ASE가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패키징은 수익성이 낮은 산업으로 여겨졌지만, 대만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집중 육성했다.

    한동안 패키징 산업은 반도체 생산 생태계에서 ‘찬밥’ 신세였다. 하지만 2016년 분위기가 급변했다. 애플이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물량을 삼성전자 대신 TSMC에 맡긴 게 계기였다. TSMC는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인 팬아웃(fan-out) 패키징 독자 기술로 애플을 사로잡았다. 업계에선 “TSMC가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릴 수 있었던 건 후공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패키징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간 전공정의 그늘에 가려졌던 패키징은 최근 반도체 공정이 2나노미터(㎚·1㎚=10억분의 1m)로 진입하면서 반도체 성능을 결정짓는 최전방 ‘주연’으로 떠올랐다.
    ◇밀려드는 수요에 증설 속도전

    3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대만 내 TSMC의 첨단 패키징 라인 7곳에는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빅테크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공장의 가동률은 100% 수준이다. AI 반도체의 필수 공정이자 TSMC의 독자 패키징 기술인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의 생산 능력은 올해 월 10만 개 수준까지 도달할 전망이다. 경쟁사의 첨단 패키징 생산 능력이 아직 월 1만 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과 비교하면 10배 앞선 규모지만,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TSMC는 AP7 건설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대만 전역에서 신규 첨단 패키징 공장 착공 및 증설을 동시다발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2027년까지 CoWoS 생산 능력을 매년 50% 이상 늘린다는 방침이다.

    TSMC가 소화하지 못하는 물량은 대만의 다른 후공정 업체가 맡는다. ASE, SPIL, KYEC 등이 대표적이다. 대만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원스톱 AI 패키징 공장처럼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SE는 세계 후공정 시장에서 점유율 30%로 압도적인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공정 단계의 미세화 경쟁이 한계에 직면하자 첨단 패키징이 반도체의 성능과 부가가치를 결정하고 있다”며 “대만이 파운드리를 넘어 최첨단 후공정 생태계까지 사실상 독점하면서 글로벌 빅테크의 생살여탈권을 쥐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원스톱 밸류체인 구축

    대만의 파워는 단순히 패키징 시장 점유율이 높은 데서 나오는 게 아니다. 전문가들은 대만이 패키징 관련 밸류체인을 완전히 구축했기 때문에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됐다고 분석했다. TSMC가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주도하면 대만의 후공정 연합군이 테스트와 일반 후공정을 즉각 분담해 생산 병목을 해소하는 구조다. 여기에 유니마이크론, 난야PCB, 킨서스인터커넥트 등 고성능 기판 업체가 AI 서버용 기판을 적기에 대량 공급하는 허리 역할을 한다. 마지막 단계에선 폭스콘, 퀀타, 윈스트론, 인벤텍, 페가트론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제품 전문 제조 기업이 패키징이 끝난 칩을 넘겨받아 AI 서버 완제품으로 찍어낸다.

    대만은 차세대 기술에서도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차세대 기판 기술인 유리기판, 빛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실리콘 포토닉스, 하이브리드 본딩 등을 양산 모드로 빠르게 전환했다.


    이 같은 기술 리더십의 배경에는 ‘학교가 곧 반도체 연구소’라고 불리는 촘촘한 산학연 동맹이 자리 잡고 있다. 대만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공업기술연구원(ITRI)은 첨단 패키징, 칩렛, 3D 적층 등 차세대 핵심 기술을 집중 연구하며 현지 기업과의 공동 개발을 주도한다. 연구소에서 검증을 마친 최신 기술은 현장 팹에 이식돼 양산으로 이어진다.

    타이바오=강해령 기자/김채연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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