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트리플 감소 원인으로 중동 전쟁발 원료 공급 차질과 기저효과를 지목했다. 일리가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기기에는 지표 부진이 너무 두드러진다. 반도체 초슈퍼사이클에도 산업생산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이례적이다. 석유 정제(-19.4%)가 대폭 줄어든 것 외에 자동차(-10.0%) 기계장비(-3.6%) 등 한국 경제 주력 제품 생산이 동반 부진 양상을 보였다.
소매판매 감소 폭은 3.6%로 26개월 만의 최대다. 통신기기·컴퓨터, 가전, 가구 등 경기 변동에 민감한 내구재 소비가 11.1%나 줄었다. 초유의 주가 상승으로 가계수입이 적잖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소비심리가 얼마나 허약한지 잘 보여준다. 설비투자의 하락 반전도 걱정을 더한다. 올 들어 3개월 연속 호조세로 1분기 증가율이 13.0%에 달한 설비투자는 4월 들어 -3.6%로 크게 하락했다.
한 달 지표에 일희일비하며 비관에 빠져선 안 된다. 생산·소비·투자가 전기 대비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보다는 늘었다. 경기 회복 추세가 살아있다는 의미다. 국내외 기관의 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지고 경기동행·선행지수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3월 ‘트리플 증가’가 한 달 만에 ‘트리플 감소’로 반전한 점은 대외 변수에 취약한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수출발 낙관론이 확산 중이지만 은행 부실채권 증가, 주가 양극화 등 반대 신호도 적잖다. 반도체 수출에 타격이 오면 성장률은 1%에도 못 미칠 것이란 우려가 솔솔 제기된다.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도 여전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1.71%, 내년 1.51%에 불과하다고 최근 발표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부진한 산업활동 동향을 전하며 ‘보조금 지급’을 강조했지만 단기 처방일 뿐이다. 대통령 약속대로 창의성과 혁신을 막는 ‘규제 철폐’와 ‘고용유연성 확보’ 등 6대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