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도쿄 6구 맨션 2억엔 시대 눈앞…집값 상승에도 불안한 이유 [더 머니이스트-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도쿄 6구 맨션 2억엔 시대 눈앞…집값 상승에도 불안한 이유 [더 머니이스트-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일본 도쿄에서 30년 넘게 이어진 '집은 사면 떨어진다'는 공식이 무너졌습니다.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 이후 일본 부동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하락하는 자산으로 각인됐습니다. 자산이 아니라 부담이라는 의미의 '부동산(負動産)'이라는 자조적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장기 초저금리 환경이 맞물리면서 시장은 서서히 반전의 동력을 축적하기 시작했고, 2025년 수도권 신축 분양 맨션 평균가는 9383만엔으로 전년 대비 15.3% 급등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특히 도쿄 23구 평균가는 1억3784만엔에 달했고, 도심 6구(지요다·주오·미나토·신주쿠·분쿄·시부야) 맨션 평균가는 이미 1억9503만엔에 달해 사실상 2억 엔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수도권 전역의 지가가 31년 만에 상승세로 전환한 이 현상은 단순한 경기 회복의 차원을 넘어, 일본 사회 전체의 자산 인식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 변화를 이해하려면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수요 주체인 '파워 커플'을 주목해야 합니다. 파워 커플은 부부 각각 연 소득 700만 엔 이상을 버는 고소득 맞벌이 가구로, 최근 10년 사이 빠르게 증가하며 도심 주택 시장의 핵심 수요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들은 부동산을 감가상각되는 소모품이 아니라 투자 자산으로 간주하고, 긴 통근 시간을 감수하기보다 직주근접이 가능한 도심 타워맨션을 선호합니다. 실거주와 자산 증식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입니다. 특히 학군과 생활 인프라가 우수한 지역을 선호해 특정 입지로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합니다. 결국 이들이 도쿄 핵심 지역의 가격 수준 자체를 끌어올리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상승의 이면에는 구조적 공급 제약이 있습니다. 2025년 수도권 신축 분양 맨션 공급 호수는 2만1659호로 1973년 조사 개시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시장 정점 대비 4분의 1 이하 수준입니다. 중동 정세 악화로 철강·알루미늄 등 에너지 집약형 자재 가격이 2021년 대비 평균 37% 급등한 데다, 건설 현장에서는 노동시간 규제 강화와 만성적인 인력 부족이 맞물리며 공기 지연이 일상화되고 노무 단가도 구조적으로 상승했습니다. 디벨로퍼 입장에서는 자재비와 인건비의 이중 압박이 수익성을 옥죄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인도 지연 리스크가 투자 회수 기간을 늦추면서 신축 공급은 사실상 빙하기에 진입했습니다. 공급량은 줄어드는데 가격은 오르는 전형적인 비용 인플레이션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도쿄 부동산 시장은 동반 상승이 아니라 '삼극화'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치요다·츄오·미나토 등 초도심 프라임 구역은 엔저를 활용한 해외 투자자와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부유층이 받쳐주며 계속 올라가고, 도심에서 15~20분 거리의 역세권 지역은 도심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파워 커플의 대안 수요가 유입되며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역에서 멀고 인프라가 낙후된 외곽 지역은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으며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어느 지역에 자산을 보유했느냐에 따라 자산 격차가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서울의 강남·용산·한남동 일대에서 나타나는 자산 양극화 흐름과도 닮아 있습니다.


    구매력 지표는 이미 경고음을 내고 있습니다. 2025년 수도권 신축 맨션 계약률은 호불황의 경계선인 70%를 3년 연속 밑도는 62.9%에 그쳤습니다. 가격 상승에 실수요가 따라가지 못하는 실태가 수치로 확인되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을 이끌어온 파워 커플조차 대출로 감당할 수 있는 사실상의 한계선에 가격이 근접하면서, 상승을 뒷받침하던 실수요 기반이 서서히 무너지는 형세입니다. 여기에 일본은행의 금리 정상화 정책으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이제 초저금리 환경에서 형성된 가격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검증받는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진정한 역설은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도쿄 23구 신축 맨션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시장의 체력은 오히려 약해지고 있습니다. 공급은 역사적 저점까지 감소했고 계약률은 3년 연속 70%를 밑돌고 있으며, 파워 커플마저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화려한 억션(1억 엔 맨션)의 시대가 열렸지만 그 이면에서는 실수요층의 이탈과 자산 양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부동산 시장이 더 이상 '사면 오르는 시장'도, '사면 떨어지는 시장'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향후 도쿄 부동산 시장은 상승과 조정이 공존하는 '선택적 강세장'의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자라면 지금이야말로 '오르는 시장'이 아니라 '오를 수 있는 입지와 유형'을 선별하는 냉정한 안목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령화와 저성장을 한국보다 먼저 경험한 일본은 미래 부동산 시장의 방향을 보여주는 선행 지표입니다. 일본 부동산 투자자의 미래는 시장 전체의 방향보다 어떤 입지와 자산을 얼마나 보수적으로 보유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