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까지는 기존에 확보한 물량으로 버틸 수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오른 단가가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캔을 많이 쓰는 음료는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질 겁니다.”
한 음료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국제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하면서 음료업계가 하반기 가격 인상 압박에 놓였기 때문이다. 주요 업체들은 상반기까지 확보한 캔 물량으로 당장 원가 충격을 흡수하고 있지만 새 계약 단가가 반영되면 캔 제품의 원가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알루미늄값 반년 새 급등
3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주요 음료업체들은 최근 알루미늄 캔 가격 상승분을 반영한 하반기 원가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알루미늄 가격은 연초 이후 가파르게 올랐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기준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 1일 t당 3518.4달러로 1월 2일 3023.1달러보다 16.38% 상승했다.국제 시장의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중동발 공급 차질과 미국의 알루미늄 관세 영향 등으로 LME 알루미늄 가격이 t당 3670달러 안팎까지 올랐다. 중동 지역은 글로벌 알루미늄 제련 능력의 9%를 차지한다.
음료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알루미늄 캔이 핵심 포장재이기 때문이다. 캔은 탄산음료와 에너지음료, 커피, 맥주 등에 폭넓게 쓰인다. 냉장 판매와 휴대가 쉽고 편의점, 대형마트 판매에 적합해 음료업체의 주력 채널과 맞물려 있다. 특히 250mL, 355mL, 500mL 캔 제품은 제품 하나당 포장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원재료 가격 변화에 민감하다.
주요 대기업들은 올 상반기까지 사용할 알루미늄 캔 물량을 상당 부분 확보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계약 물량이 남아 있어 당장의 가격 인상 압박은 제한적이지만 하반기부터 새 단가가 반영되면 캔 제품 원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재활용 써도 원가 못 낮춰
음료업계는 재활용 알루미늄 사용을 늘리고 있지만 원가 절감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알루미늄은 폐캔을 다시 녹여 쓸 수 있어 재활용성이 높은 소재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에서 재활용 알루미늄을 확보하려면 폐캔을 수거하고 선별한 뒤 압축, 운반, 재가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건비와 물류비가 붙고, 식품 포장재에 맞는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캔 제조사들도 가격 전가 압박을 받고 있다. 알루미늄 원판 가격이 오르면 캔 제조사는 이를 음료업체 납품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음료업체는 다시 유통사와 출고가를 협의하거나 마진을 줄여야 한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판매 비중이 높은 제품은 소비자가격 인상에 민감해 가격 조정 시점이 늦춰질 수 있지만 원가 상승분을 계속 흡수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소비자에게는 곧바로 가격표가 바뀌기보다 할인 축소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편의점 1+1 행사 축소, 묶음 상품 가격 조정, 대형마트 행사 물량 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실질 가격은 정가 인상보다 이런 판촉 축소에서 먼저 오를 수 있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설탕이나 원유처럼 눈에 보이는 원재료뿐 아니라 캔, 페트, 라벨 같은 포장재도 제품 가격을 밀어올리는 주요 요인”이라며 “알루미늄 가격이 지금 수준에서 더 오르면 하반기 음료 가격 인상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