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식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삼성전자의 왕좌가 흔들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을 탄 SK하이닉스가 무서운 속도로 진격하며 삼성전자와의 시가총액 격차를 한 자릿수까지 좁혀놓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국내 상장사 시총 1위의 주인이 바뀌는 대격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근 1년간 시총 변동을 분석한 결과, 지난 28일 종가 기준 두 기업의 시총 격차가 6.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날 SK하이닉스의 시총은 1631조 원, 삼성전자는 1750조 원을 기록했다. 두 종목 간의 체급 격차가 10% 미만으로 좁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5월 28일만 해도 두 회사의 시총 덩치 비율은 '100 대 45.8' 수준이었다. 당시 삼성전자가 330조 9077억 원일 때 SK하이닉스는 151조 4244억 원으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허리춤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21일에는 격차가 57.3%(100 대 42.7)까지 벌어지며 SK하이닉스는 경쟁 상대조차 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후 SK하이닉스의 질주가 시작됐다. 작년 11월 시총 격차를 30% 미만으로 좁힌 데 이어, 이달 11일에는 19.2%로 따라잡으며 사상 처음으로 10%대 격차에 진입했다.
그리고 다시 보름 만에 격차를 6%대까지 줄이며 턱밑 추격을 완료했다. 1년 전 100 대 45.8이던 시총 비율은 현재 100 대 93.2로 조정되어 사실상 대등한 체급을 형성하게 됐다.
이번 시총 1위 경쟁의 발판은 압도적인 주가 상승률에 있다. 지난 1년간 삼성전자의 시총이 429.1% 성장하며 크게 뛸 때, SK하이닉스의 시총은 무려 977.5%나 날아올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최근 1년 새 삼성전자 시총이 429% 정도 수준으로 크게 뛸 때 SK하이닉스는 977% 넘게 날았다”며 “특히 삼성전자가 성과급 등으로 파업 문제가 불거지면서 노사 간 극렬한 대립 상황을 보일 때 SK하이닉스는 조용히 뒷심을 발휘해 삼성전자의 시총을 바짝 추격해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SK하이닉스가 국내 시총 1위 왕관까지 차지하게 되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갖고 있던 1위 타이틀을 하나 더 잃게 돼 국내 1위라는 견고한 성을 쌓아왔던 삼성의 위상이 다소 흔들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별도 및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위를 달성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곽노정 사장이 비오너 주식부자 1위에 오르는 등 삼성전자가 독점하던 타이틀을 차례로 뺏어오고 있다.
향후 격차가 5%대 안쪽으로 진입하면 언제든 한국 주식시장의 왕관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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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