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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걸리던 세대교체가 1년 만에…루빈이 쏘아 올린 ‘제2의 삼성전기’는 [조병문의 Monthly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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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걸리던 세대교체가 1년 만에…루빈이 쏘아 올린 ‘제2의 삼성전기’는 [조병문의 Monthly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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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의 5월 실적발표에서 젠슨 황은 “블랙웰에서 베라 루빈으로 빠르게 세대교체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최근 AI 업계 경쟁이 학습보다 추론, 에이전틱 AI로 이동하면서 루빈이 여기에 최적화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베라 루빈 출시 시기를 엔비디아는 2026년 3분기로 구체화했다. 시장은 교체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예전 AI GPU 사이클 2~3년에서 1~1.5년으로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라 루빈이 만드는 새로운 기회
    투자자 판단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두 가지다.


    첫째, 이번 발표의 본질은 엔비디아가 더 이상 단순 GPU 회사가 아니라 AI 인프라 플랫폼 회사라는 선언이었다. GPU 단품보다 랙 단위 시스템, 네트워크 등 AI 생태계 전체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둘째, AI 서버가 점점 거대·복잡해지면서 GPU 혼자 돈 버는 시대에서 주변 부품·조립 업체로 기회가 확산된다는 점이다. 엔비디아 랙 가격이 기존 블랙웰 GB200 370만달러에서 루빈 VR200 780만달러까지 두 배 이상 상승하게 된다. 이 가격 상승이 중요하다. 이 수혜를 GPU만이 아니라 PCB, MLCC, ABF substrate, 메모리 쪽으로 기회가 확산되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추정을 위해 예시하면 가격 비중이 기존 GPU 70 : 기타 30 → GPU 50 : 기타 50, 즉 GPU 절대 가격은 오르지만 주변 부품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ABF substrate : Ajinomoto Build-up Film substrate, GPU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패키징 기판.

    한국 투자자가 주목하는 단어는 단연 PCB와 메모리다. 필자가 먼슬리를 시작한 4월부터 꾸준히 추천하고 있는 섹터가 PCB(Printed Circuit Board, 인쇄회로기판)인데 모건스탠리 전망에 따르면 PCB 탑재 비용이 루빈 랙으로 바뀌면서 블랙웰 대비 233%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기의 경우 신규 루빈 가치사슬에서 핵심 포지션이 두 개다. FC-BGA는 PCB 기판이자 ABF substrate 영역이다. 히스토리를 추가하면 이비덴, 신코덴키가 서버 CPU용 FC-BGA 리딩컴퍼니로서 기존 강자 인텔과 오래된 공급 관계를 유지했다. 즉 일본 업체들의 캐파가 상당 부분 인텔 서버용 CPU 장기 계약으로 묶여 있었고, 따라서 AI 가속기용 엔비디아·브로드컴의 신규 수요를 모두 소화하기 어려웠다. 삼성전기는 후발 주자였지만 마침 공격적 증설과 AI 서버용 고사양 대응으로 엔비디아, 브로드컴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AI 생태계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있다. 그 결과 지난 글에서도 삼성전기가 엔비디아에 가격결정권을 갖게 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리하면 예전엔 AI=GPU였다면 지금은 AI=GPU + PCB + substrate + MLCC + 전력 + 냉각 + ODM + D램으로 바뀌면서 삼성전기 같은 부품업체의 존재감이 커지는 흐름이며 제2의 삼성전기를 발굴하는 게 투자자의 과제다.
    에이전트가 새롭게 만드는 반도체 질서
    5월 먼슬리에서 “AI가 학습, 추론, 실행으로 확장되면서 테크니컬한 차이는 D램, CPU, 전력사용량이 엄청 늘고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D램, CPU 얘기를 깊이 있게 해보자.


    AI가 인간의 학습(Training)을 “흉내 내던” 시절에는 GPU가 왕이었지만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비즈니스 업무를 대행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면서 복잡한 알고리즘과 외부 툴을 제어할 CPU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드웨어 역시 이에 맞춰 차세대 베라 루빈 서버는 기존 CPU와 GPU 비율 8대 1에서 1대 1로 대등하게 맞물리는 아키텍처로 급변하고 있다. 베라 루빈 이름 역시 베라는 CPU, 루빈은 GPU를 의미한다. 에이전트 AI 시대로 진입하면서 CPU 수요와 함께 D램까지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줄 전망이다. 이게 중요하다.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서버 구조상 GPU에는 HBM이 붙지만 CPU에는 D램(주로 DDR5)이 장착된다. CPU는 개당 보통 12채널의 메모리를 지원한다. 즉 CPU가 1개 늘어날 때마다 D램이 최소 12개씩 증가한다.


    둘째, 에이전트의 핵심 기술 CXL(Compute Express Link, 고속 인터커넥트) 시장이 개막된다. 에이전트 AI는 과거의 대화를 기억, 스스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임시 데이터(KV 캐시 등)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PU 옆에 CXL(고속도로를 뚫고), 여기에 D램을 무한정 붙이는 기술이 대세가 되고 있다.

    셋째, 에이전트 시대가 오면서 GPU용 HBM 수요는 절대적으로 증가하면서 CPU용 DDR5와 CXL 수요까지 동시에 터지는 국면을 맞고 있다. 이에 따른 함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공장의 모든 라인(HBM, DDR5, LPDDR5X)을 풀가동할 수 있는, 마진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상적인 경영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을 뜻한다.
    AI가 일으키는 Stock Valuation 변화
    필자가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코스피가 1만 포인트에 가는가”다. 한국 주식시장 전망은 반도체 경기 전망이고 반도체 전망은 AI 전망이다. 그런 점에서 코스피는 결과이지 전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식시장은 AI 경기가 4월에 이란전을, 5월엔 금리 상승을 이겨냈다. 이란전은 이벤트이고 금리는 펀더멘털이다. 이벤트와 펀더멘털을 이겨냈다는 것은 AI를 일시적 경기사이클이 아닌 역사상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조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증기기관 발명에서 찾아본다. 증기기관이 인간의 육체노동을 해방시켰다면 AI는 인간의 두뇌노동을 해방시키고 있다. 둘 다 생산성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

    AI 관련 주식들이 등장하면서 주식시장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필자는 주가가 EPS와 PER 멀티플의 함수임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주식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AI 혁명이 멀티플 혁명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2027년 순이익 기준 삼성전기의 고PER(57배)과 삼성전자의 저PER(8배)이 공존하는 이유다. 멀티플 혁명을 주도하는 주식은 AI 프로세스에 병목(결과적으로 쇼티지)으로 수혜받고 있는 회사들이며 삼성전기가 대표적이다. 지금 반도체는 업황 반등 수준이 아니라 AI 인프라 슈퍼사이클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여기서 ‘슈퍼’라는 단어를 토머스 쿤이 얘기했던 혁명이라는, 패러다임이라는 단어로 다시 쓸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PER 11배) 역시 패러다임 변화의 멀티플 수혜를 온전히 받아야 할 주식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이다.
    이미 알고 있는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
    모든 공시와 뉴스는 “예상한 부분”과 “예상하지 못한 부분”으로 구성된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다. 향후 6~7월에 고려될 수 있는 악재는 이란전, 고물가, 고금리,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등이다. 이미 알고 있는, 즉 “예상한 부분”들이다. 장기적으로 “예상하지 못한 부분”은 메모리 공급에서 비롯될 수 있지만 6~7월에 주식시장은 반도체 중심으로 상승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투자자의 포트폴리오가 시장수익률을 이기려면 5월 먼슬리와 같이 메모리 반도체, 반도체 후공정 중 ‘패키징 + 테스트 + 기판’ 기업들, CXL 관련주, 재생에너지, 그리고 스윙팩터로 전력기기를 추천한다. 본문에서 생략했지만 블랙웰 → 루빈에서 전력이 세 배 늘어난다. 최근 하락한 전력기기 주식을 추천하는 배경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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