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삐-.”
조용한 밤이면 귀에서 울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갑자기 귀가 먹먹해지거나 이유 없이 세상이 빙글 도는 듯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과거에는 단순 노화 증상 정도로 여겨졌던 이명·난청·어지럼증이 최근에는 젊은층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어폰 사용 증가와 소음 노출, 스트레스 확대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청 진료 환자는 2019년 65만 명에서 2023년 80만 명으로 5년 새 약 23% 증가했다. 특히 10~20대 젊은층에서 환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국내 인구 5명 중 1명꼴로 이명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단순히 ‘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난청과 이명은 우울·불안, 사회적 고립, 인지기능 저하와도 연결된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은 난청을 치매 예방을 위해 가장 먼저 관리해야 할 대표적 위험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올해 5월 이비인후과·신경외과·신경과·소아청소년과·정신건강의학과 등이 함께 진료하는 ‘이명·난청·어지럼센터’를 개소했다. 이명이나 난청, 어지럼증 등을 각각 전문으로 내세운 클리닉은 있었지만 세 질환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통합 진료하는 형태의 센터는 전 세계 최초다.
박시내 서울성모병원 이명·난청·어지럼센터장은 “귀 질환을 단순 청각 문제가 아니라 뇌와 신경계까지 연결된 질환으로 보는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는 박 센터장을 만나 이명·난청·어지럼증 치료 패러다임 변화와 통합 진료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Q. 왜 하나의 센터로 묶었나요.
“이명·난청·어지럼증은 겉으로는 각각 다른 증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난청이 생기면 이명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이 해부학적으로 가까워 두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원인 역시 단순히 귀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달팽이관과 청신경뿐 아니라 뇌·혈관·정신건강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지럼증은 이석증 같은 귀의 문제(말초성)일 수도 있지만 뇌졸중 같은 중추신경계 이상 신호일 수도 있고, 이명 역시 혈관 문제나 근육 경련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진료과만으로는 원인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는 셈이죠. 센터는 여러 전문가들이 함께 환자를 살펴보기 때문에 원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Q. 환자 입장에서 뭐가 달라졌나요.
“기존에는 환자들이 증상에 따라 이비인후과,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를 따로 방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센터에서는 한 번의 진료 과정에서 일차적인 원인을 찾고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환자 상태를 논의해 맞춤형 진료를 진행합니다. 정밀 검진을 통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약물치료뿐 아니라 귀 안쪽 주사 치료, 보청기, 인공와우이식수술 등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를 초기부터 바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Q. 센터에서는 어떤 치료를 하나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전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은 3대 재활 요법을 맞춤형으로 적용합니다. 이명 환자에게는 ‘이명재훈련치료(TRT)’를 시행합니다. 뇌가 이명을 불편하게 느끼지 않도록 하고 더 나아가 완치를 유도하는 치료 방식입니다. 치료 성공률이 70~80%, 완치율은 40~60%에 달합니다. 또 이명의 개념을 알려주는 상담 치료와 맞춤형 소리 치료를 함께 진행합니다.
난청 환자에게는 모바일 챗봇 기반 재활 프로그램도 도입해 병원 밖에서도 꾸준히 청각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어지럼증 환자에게는 균형 감각 회복을 위한 전정재활치료(VRT)를 교수진이 직접 시행합니다.”
Q. 센터의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명처럼 환자 상태가 다양하고 치료 반응도 개인차가 큰 질환은 임상 데이터를 충분히 축적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개인 단위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해외의 경우에도 의료 접근성이나 진료 환경의 차이로 인해 이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모으고 표준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센터는 많은 환자 데이터를 의료진이 함께 공유하고 표준화하면서 치료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2000명 이상의 이명 환자 치료 경험을 축적했습니다.
즉 ‘명의 한 사람의 치료’가 아니라 병원 전체가 같은 기준으로 움직이는 치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는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 진단·치료 플랫폼 개발 국책 연구도 3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Q. AI 기반 이명 플랫폼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핵심은 의료진의 경험을 시스템처럼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축적된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진이 정확한 진단과 최적의 치료 방향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입니다.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입력하면 어떤 검사를 우선해야 하는지, 어떤 치료가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은지를 제시해 주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단순 진단을 넘어 의료진의 치료 판단을 돕는 역할까지 하게 되는 셈입니다.”
Q. 플랫폼이 도입되면 환자들은 무엇이 달라지나요.
“환자 입장에서는 표준화된 진료를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가 될 것입니다. 지금은 병원이나 의료진에 따라 진단과 치료 접근 방식이 달라질 수 있지만 플랫폼이 도입되면 전국 어느 병원에서든 체계적인 초기 진단과 치료 가이드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이명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데 증상이 생긴 뒤 가까운 동네 병원에서도 높은 수준의 진단과 초기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이명 완치, 기대할 수 있나요.
“과거에는 이명의 원인과 발생 구조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아 ‘참고 살아야 하는 증상’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10~20년 사이 진단과 치료법이 크게 발전하면서 지금은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영역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명은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집니다. 난청으로 인해 발생한 이명은 보청기나 인공와우이식술, 이명재훈련치료 등을 통해 호전될 수 있고 근육 경련으로 생긴 이명은 보톡스 치료나 수술로 비교적 빠르게 좋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센터에서는 돌발성 난청 이후 한쪽 귀의 청력을 잃으면서 심한 이명이 생긴 환자에게 인공와우이식술과 이명재훈련치료를 함께 시행해 6개월 이내 증상이 사라지는 사례들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완치율이 50% 정도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치료 시기입니다. 이명은 오래 방치할수록 뇌가 소리를 학습해 증상이 더 굳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초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대한이과학회 회장으로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초고령사회에서 앞으로 난청과 이명은 당뇨·고혈압처럼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성 의료 영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단순히 ‘잘 들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활동과 인지기능, 삶의 질 전체와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지금의 60~70대는 충분히 사회·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세대입니다. 그런데 청력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대화가 줄고 사회활동에서 멀어지게 된다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죠.
노인 보청기 지원 확대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상당수는 경도·중등도 난청 단계부터 보청기를 지원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청각장애 판정을 받아야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청력이 많이 손상된 뒤에는 보청기를 착용해도 말을 또렷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초기 단계에서 청각 재활을 시작하면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고 어르신들의 사회활동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난청이 더 진행되면 결국 인공와우 같은 더 큰 치료가 필요할 수 있는 만큼 조기 재활이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 환자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부담은 무엇인가요.
“비용 부담이 가장 큽니다. 다만 단순히 보청기를 보급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환자에게 맞는 기기를 정확히 처방하고 지속적으로 조절하면서 청각 재활까지 연결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잘 맞지 않는 보청기를 착용하면 결국 서랍 속에 넣어두게 되는데 그러면 환자 개인에게도 국가적으로도 큰 낭비가 됩니다. 중요한 건 단순 보급이 아니라 전문적인 청각재활 시스템까지 함께 갖추는 것입니다.
다행히 한국은 이런 기반이 상당히 잘 갖춰진 나라입니다. 많은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이 보청기 처방과 조절, 청각 재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훨씬 효과적인 조기 청각 재활 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