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서울시를 떠들썩하게 했던 시민단체 보조금 문제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최근 방송과 유세 현장에서 이 문제를 다시 꺼내든 것입니다. 자신은 서울시 보조금 구조를 손봤지만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이른바 '박원순 시즌2'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입니다.
정말 서울시 시민단체 보조금은 줄었을까요. 또 돈이 향한 곳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한경 혈세 누수 탐지기팀은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최근 10년간 서울시 시민단체별 보조금 지급현황을 분석하고, 정 후보 측에 시민단체 보조금 정책 방향을 물었습니다.
◇ 吳 후 2~3배 감소…달라진 서울 보조금 지도
혈누탐팀 분석 결과,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시가 시민단체에 지급한 보조금은 총 3149억원에 달했습니다. 연도별로는 2020년이 497억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후 2021년 359억원→2022년 281억원→2023년 195억원→2024년 134억원→2025년 119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정점을 찍은 뒤 매년 내리막길을 탄 것입니다.
오 후보는 2021년 4월 제38대 서울시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취임 후 주요 시책 중 하나로 "시민단체를 표방하는 단체에 대한 위탁수수료·보조금·인건비 지원 최소화"를 명시했습니다. 실제 2016~2021년 서울시 시민단체 보조금 연평균 지급액은 403억원이었지만, 민선 8기 시정이 본격 반영된 2023~2025년 연평균 지급액은 14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오세훈 체제 후 2~3배 줄어든 셈입니다.
사업 수와 수급 단체 수도 함께 줄었습니다. 2016~2021년에는 77개 사업에서 3145개 단체가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2023~2025년에는 20개 사업에서 973개 단체가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사업별 변화도 컸습니다. 전체 기간 지급액 1위는 '(예비)사회적기업 지원(일자리창출)' 사업이었습니다. 10년간 지급액은 639억원이었습니다. 이 사업은 2019년 104억원, 2020년 98억원이 지급됐지만 2024년에는 18억원으로 줄었습니다.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등 지원 사업도 2016~2021년에 집중적으로 지급됐지만 2022년 이후 축소됐습니다. 주민자치 관련 사업도 2021년을 전후해 지급 흐름이 끊기거나 크게 줄었습니다.
반대로 축제 관련 사업은 몸집을 키웠습니다. 자치구 및 민간 축제 지원·육성 사업은 10년간 299억원이 지급돼 사업별 지급액 2위에 올랐습니다. 축제 키워드 사업의 연평균 지급액은 2016~2021년 19억원에서 2023~2025년 57억원으로 늘었습니다.
개별 단체 기준으로는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가 10년간 약 170억원을 받아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는 2016~2019년에는 해마다 20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3년간은 약 13억원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사실상 반토막이 난 셈입니다.
◇ 정원오 후보 관련 정책 기조는
오 후보와 시민단체 간 갈등은 2021년 9월 브리핑을 계기로 본격화됐습니다. 당시 그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임기제 공무원으로 서울시 도처에 포진해 사업 전반을 관장하고, 자신이 몸담았던 시민단체에 재정을 지원했다"며 이를 "시민단체형 다단계"라고 규정했습니다.이듬해 오 후보는 2기 취임 첫해 민간위탁·보조사업 예산 1788억원 중 832억원(47%)을 삭감한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심의 과정에서 감액분 일부는 복원됐습니다.
전국 1170여 개 단체는 서울시의 예산 삭감과 시민단체 폄훼 중단을 촉구하며 "시민단체를 '다단계 조직'에 비유하고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기'라고 한 발언은 거친 비난"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이후 오 후보는 179개 단체의 반대에도 관련 조례 개정과 폐지를 추진했습니다.
최근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권리 중심 일자리 복원' 요구와도 충돌했습니다. 전장연 활동가 10여 명은 지난 12일 오 후보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린 마포구 서울복지타운 앞에서 차량을 막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오 후보는 "여러분이 주장하는 권리 중심 일자리는 지하철 멈춤 투쟁 등 불법 행위에 장애인을 동원하는 것"이라며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을 멈춰 세우는 것은 분명한 범법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범법을 하는 데 장애인이 참석하는 것을 일자리로 보고 수당을 지급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며 "시민의 세금으로 범죄 행위를 조장하는 일자리를 지원하는 것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오 후보는 최근 방송 프로그램과 유세 현장 등에서 시민단체 보조금 문제를 거론하며 정원오 민주당 후보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 후보가 당선될 경우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시민단체 보조금 정책 기조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정 후보는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등을 지냈고 성동구청장 재임 기간 시민사회 관련 의제를 구정에 반영해왔습니다. 캠프 내 보직자 중에도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여럿 확인됐습니다.
정 후보의 성동구청장 시절 멕시코 칸쿤 등 해외출장에 동행한 보좌관 등이 몸담았던 민달팽이유니온은 2016~2022년 서울시 보조금 약 1억2000만원을 받았으나 이후 수급은 끊겼습니다.
정 후보가 최근 시민사회단체와 만나 시민 중심 시정 운영 의지를 밝힌 사례는 있지만, 시민단체 보조금의 지급 기준과 규모를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구체적 공약은 공개 자료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혈누탐팀은 정원오 캠프 측에 시민단체 보조금 관련 정책 방향과 오 후보 측 비판에 대한 입장을 여러 차례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 문제는 '기준'과 '성과'
일부 독자들은 시민단체 보조금을 아예 '0원'으로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 보조금은 행정이 직접 하기 어려운 공익활동을 보완하고 시민 참여와 현장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좋은 사업은 지속성을 높일 수 있고 국가가 별도 조직을 만들거나 인력을 직접 채용하는 방식보다 비용은 낮추면서 편익은 키울 수 있습니다.문제는 결국 투명성과 성과입니다. 국제 NGO 네트워크 인터액션(InterAction)과 국제경제협력개발(OECD)도 시민사회단체 지원에서 책무성·투명성·사업 효과성·보조금 정보 공개를 핵심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선거가 접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시민단체 보조금 정책은 차기 시정의 주요 검증 대상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정 후보가 당선될 경우 서울시 보조금 지급 기준과 규모가 어떤 방향으로 조정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시민단체 보조금은 국가가 직접 하기 어려운 공익활동을 보완할 수 있는 재원이지만 그간 선정 기준과 집행 내역 성과 검증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았습니다. 누가 서울시정을 맡든 시민을 대신해 일할 단체를 투명한 기준으로 선별하고 지원금이 실제 시민 편익으로 이어졌는지 검증하는 체계를 갖춰 세금 낭비 논란을 줄여야 할 때입니다.
신현보/김희선/이정우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