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무소속 의원을 둘러싼 경찰 수사가 9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이 기존에 알려진 13개 의혹 외에 새로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의 과거 후원자가 공천을 기대하고 차명으로 후원금을 냈고, 김 의원의 후원금 관리를 맡던 인물이 이를 알면서도 처리했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아직 관련 사건을 한 건도 검찰에 넘기지 못한 가운데, 김 의원에 대한 추가 조사는 6·3 지방선거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최근 김 의원의 과거 후원자와 후원금 관리에 관여한 인물 등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했다. 이들은 김 의원에게 공천을 기대하고 차명으로 후원금을 건네거나, 차명 후원금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처리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의혹은 그동안 경찰이 공개적으로 언급해 온 김 의원 관련 13개 의혹과는 별도로 제기된 사안이다. 고발 내용에는 포함돼 있었지만, 구체적인 수사 진행 상황이 외부에 알려진 적은 없었다. 경찰이 관련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후원금의 최종 수혜자로 거론되는 김 의원에 대한 추가 조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경찰에 7차례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상황에서 경찰이 선거 전 김 의원을 다시 불러 조사할지는 불투명하다. 선거를 앞두고 현역 정치인을 상대로 소환 조사를 진행할 경우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은 장기간 수사 지연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사건 범위가 넓고 확인해야 할 내용이 많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왔다.
경찰은 수사가 마무리된 혐의만 먼저 검찰에 넘기는 ‘부분 송치’ 방안도 검토해 왔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4월부터 부분 송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아직 실제 송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부담이 크다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들은 경찰이 선거 일정을 의식해 결론을 미루는 것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9일 논평에서 지방선거가 다가온다는 이유로 수사 결론을 미루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고발인 측은 이미 수사가 장기간 이어진 만큼 확인이 끝난 혐의부터라도 처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 측은 경찰에 무혐의를 주장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며 수사 내용에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제시한 일정표나 대화 내역 등이 최종본이 아니거나 일부 편집됐다는 취지의 자료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의혹을 제기한 전직 보좌진과 김 의원 측근 인사 간 대질신문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