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하 내고향)이 수원에서 아시아 여자 클럽축구 정상에 올랐다. 선수단은 인공기를 들고 우승을 자축했지만, 경기 뒤 기자회견과 공동취재구역에서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전에서 내고향은 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를 1 대 0으로 꺾었다. 준결승에서 한국의 수원FC 위민을 2 대 1로 이긴 데 이어 결승까지 잡으며 북한 팀 최초로 AWCL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00만달러(약 15억2000만원)다.
종료 직전 터진 결승골
내고향은 전반 44분 김경영의 결승골로 승부를 갈랐다. 정금이 역습 상황에서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뒤 내준 패스를 김경영이 마무리했다. 이후 내고향은 도쿄 베르디의 후반 공세를 막아내며 1 대 0 승리를 지켰다.이번 우승으로 내고향은 북한 팀 최초의 AWCL 챔피언이 됐다. 준결승에서 수원FC 위민을 2 대 1로 꺾은 데 이어 결승에서 일본 팀까지 넘어서며 대회를 마쳤다.
경기 뒤 선수들은 인민공화국기(인공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았다. 관중석에 남아 있던 남북 공동응원단은 내고향 깃발과 응원봉을 흔들며 선수들을 맞았다.
리유일 감독은 종료 직후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보였다. 선수들은 리 감독을 헹가래하며 우승을 자축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내고향 주장 김경영에게 돌아갔다. 김경영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모두 결승골을 넣었다.
'북측' 표현에 회견 중단, 선수들은 묵묵부답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리 감독은 우승 소감을 밝혔다. 리 감독은 "저는 오늘 우승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우리 내고향 팀이 창립된 지 14년밖에 안 됐다. 오늘 아시아에서 1등 지위에 오르게 된 것은 전적으로 경애하는 당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이어 "현재 감독으로서 우리 선수들을 대표해서 이 크나큰 사랑과 믿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쁜 마음을 금치 못하겠다"고 했다. 방남 소회를 묻는 말에는 "아시아축구연맹의 조치로 여기에 와서 경기를 했다"며 "오직 축구, 우승, 발전에만 신경을 썼다. 기타 부수적인 문제들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고 답했다.
내고향은 이번 우승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챔피언스컵 출전권도 얻었다. 리 감독은 "아시아 1등 팀으로서 세계 진출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며 "세계 무대에 진출해서 보다 더 훌륭한 무대에서 발전과 성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때 기자회견은 한국 취재진의 질문 도중 중단됐다. 한 취재진이 '북측 여자축구'라고 표현하자 리 감독은 "우리 국호를 제대로 불러달라. 저 사람 질문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후 내고향 측은 추가 질문을 받지 않고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공동취재구역에서도 별도 답변은 없었다. 우승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이 이어졌지만 선수단은 말없이 걸어갔다. 일부는 바닥을 봤고, 일부는 정면만 바라본 채 지나갔다.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피하는 선수도 있었다. 방남 일정을 마친 내고향 선수단은 24일 오후 3시30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중국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