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되는 가상자산) USDC 발행사 서클 주가가 지난 2월 저점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BTC) 등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거둔 성과다.
22일 블루밍비트에 따르면 서클(CRCL)은 2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전일 대비 2.92% 상승한 114.8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2월 5일 기록한 저점(49.90달러)과 대비 약 130% 급등한 수치다.
최근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매출을 발표했음에도 투심은 견조한 모양새다. 서클은 지난 11일 올해 1분기 매출 6억9400만달러(약 1조223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한 수치지만 월가의 예상치(7억1500만달러)는 밑돌았다. 반면 주당순이익(EPS)은 21센트로 시장 전망치(17센트)를 웃돌았다.
이번 상승세는 가상자산 시장 흐름과 비교하면 한층 두드러진다.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이 집계하는 주요 가상자산 20개 지수 '코인마켓캡20 인덱스'는 지난 2월 5일(151.00)부터 이날(154.00)까지 약 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서클의 주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미국의 디지털자산 제도화 움직임 등이 주요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서클은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유일한 '순수 스테이블코인 사업체'다. 실제 서클 매출의 대부분은 USDC 발행과 준비금 운용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에서 나온다.
서클이 USDC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발행 규모에 맞는 준비금을 보유해야 한다. 서클은 준비금의 약 80%를 단기 미국 국채로, 나머지 약 20%를 현금성 예금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금리가 높을수록 이자 수익이 상승하는 자산이다. 때문에 통상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은 금리가 높을수록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데, 서클은 오히려 고금리 환경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Fed는 지난 20일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다수 참석 위원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를 지속해서 웃도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일정 수준의 통화정책 긴축이 적절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라고 전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서클은 기준금리 전망 변화에 영향을 받는 사업 구조를 가진 기업"이라며 "일반적인 가상자산 기업들과 달리 금리 환경 변화가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된 점은 서클 투자심리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클래리티 법안 논의를 비롯한 디지털자산 제도화 움직임도 투심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4일 상원 은행위원회는 클래리티법 수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5표, 반대 9표로 가결했다. 업계는 오는 7월 안에 클래리티법이 최종 통과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USDC와 같은 규제 친화형 스테이블코인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 연구원은 "클래리티법은 미국 내 디지털자산 규제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성격의 법안"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기관들이 단순히 ETF를 통해 가상자산 가격에 투자하는 수준을 넘어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나 스테이블코인 활용 사업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