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미국에서 모델Y 가격을 올리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도 술렁이고 있다. 올해 초 4999만원으로 낮아진 모델Y 후륜구동(RWD)이 국내 전기차 가격 경쟁의 기준점 역할을 해온 만큼 한국 판매 가격도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서 2년 만에 모델Y 가격 인상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모델Y 일부 트림 가격을 인상했다. 모델Y 프리미엄 RWD와 프리미엄 AWD 가격은 각각 1000달러 오른 4만5990달러, 4만9990달러로 조정됐다. 모델Y 퍼포먼스 AWD도 500달러 오른 5만7990달러가 됐다.
테슬라가 미국에서 모델Y 가격을 올린 것은 약 2년 만이다. 2024년부터 이어진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을 주도했던 테슬라가 이제는 수요가 붙은 주력 차종을 중심으로 가격 정상화에 나선 셈이다.
문제는 테슬라 가격 조정이 단순한 수입차 한 브랜드의 가격표 변경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델Y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보조금과 실구매가를 가르는 대표 차종으로 자리 잡았다. 테슬라가 가격을 올리면 현대차와 기아 등 경쟁사들의 가격 전략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내 시장도 예외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코리아는 이미 지난달 모델Y L 가격을 출시 일주일 만에 6499만원에서 6999만원으로 500만원 올렸다. 모델Y 롱레인지 AWD와 모델3 퍼포먼스 등 일부 차종 가격도 400만~500만원가량 인상했다.
업계에서는 다음 가격 조정 후보로 모델Y RWD를 주목하고 있다. 현재 모델Y RWD 가격은 4999만원이다. 지난해 5299만원에서 4999만원으로 낮아진 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강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국고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실구매가는 더 내려간다. 테슬라가 국내 소비자에게 ‘수입 전기차를 4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배경이다.
모델Y RWD는 올해 1분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보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모델Y RWD는 1분기 1만1926대가 등록돼 트림별 수입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3 판매량을 웃도는 수준이다.

'5000만원 이하' 방어선 흔들리나
모델Y RWD 가격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테슬라가 이미 국내에서 고급 트림과 파생 모델 가격을 올렸고, 미국에서도 모델Y 가격 인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통상 테슬라는 국가별 수요와 재고, 환율, 보조금 환경을 반영해 가격을 수시로 조정한다. 국내에서도 가격 인하와 인상을 반복해온 만큼 4999만원 가격이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특히 4999만원은 상징성이 큰 가격이다. 5000만원을 넘느냐 넘지 않느냐에 따라 소비자 체감이 달라진다.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4999만원이 ‘심리적 마지노선’에 가깝다. 테슬라가 가격을 100만~300만원만 올려도 모델Y RWD는 5000만원대 차량이 된다.
가격 인상이 현실화하면 국내 전기차 시장의 가격 구도도 복잡해진다. 현대차와 기아는 그동안 테슬라의 가격 인하에 맞서 할인과 프로모션을 확대해왔다. 테슬라 모델3와 모델Y가 보조금 적용 후 3000만~4000만원대까지 내려오자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3, EV6 등도 가격 경쟁력을 강조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테슬라가 가격을 올린다고 해서 국내 업체들이 곧바로 가격을 따라 올리기는 어렵다. 이미 전기차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면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현재 할인 구조를 유지하면 수익성 부담이 커진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국내에서도 모델Y RWD 가격을 조정할 경우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모델Y RWD 4999만원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사실상 기준 가격처럼 작동하고 있다”며 “테슬라가 이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 심리뿐 아니라 경쟁사 프로모션 전략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