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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돈 N% 내놔라”…조선소·車 공장까지 덮친 성과급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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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돈 N% 내놔라”…조선소·車 공장까지 덮친 성과급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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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 포커스]




    최근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논란의 상징적 사례로 거론된다. 재계가 더 긴장하는 대목은 따로 있다. 반도체 업종에 머물던 ‘이익 N% 배분’ 요구가 조선·자동차·통신·플랫폼 업종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어서다.

    재계는 이 흐름의 출발점으로 SK하이닉스를 지목한다. SK하이닉스는 과거 노조 반발 끝에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구조를 사실상 받아들였다. 이후 산업계에서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은 직원 몫”이라는 인식이 급속히 퍼졌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요구 수준도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순이익 30% 수준의 성과급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내부에서는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산식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LG유플러스와 카카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에서도 “실적 대비 보상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반복된다. 한화그룹은 방산·조선 계열사를 중심으로 초기업노조 출범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룹 단위 공동교섭이 현실화할 경우 성과급 갈등 역시 계열사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종은 달라도 요구 방식은 비슷하다. 실적이 개선되면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구조다. 재계에서는 “성과급 협상이 아니라 사실상 영업이익 배분 요구로 바뀌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영업이익은 미래 실탄인데…” CAPEX 잠식하는 ‘현금 성과주의’



    기업들이 긴장하는 이유는 영업이익의 성격 때문이다. 반도체·조선·배터리 같은 장치산업에서 영업이익은 단순 잉여금이 아니다. 미래 투자 재원에 가깝다. 업황이 좋을 때 현금을 쌓아두지 못하면 다음 사이클에서 경쟁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시설투자(CAPEX)는 52조7000억원 규모였다. 이 가운데 반도체(DS) 부문에만 47조5000억원이 투입됐다. 첨단공정 증설과 인프라 구축 중심 투자였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약 30조1730억원을 설비투자에 사용했다. 대부분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 확대와 AI 데이터센터용 DDR5 대응 목적이었다.



    글로벌 경쟁사들도 투자 재원 확보전에 들어간 상태다. 대만 TSMC는 최근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1조2000억원 규모 현금을 확보했다. 첨단 반도체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AI 서버용 초고용량 DDR5 메모리 공급 확대에 착수했다.

    AI 반도체 시장 선점을 둘러싼 증설 경쟁은 빨라지고 있다. 백기복 국민대 명예교수는 “영업이익은 단순히 남는 돈이 아니라 미래 투자 실탄”이라며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 데 수조원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이익을 고정 비율로 나누기 시작하면 결국 투자 경쟁력 자체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조선·반도체처럼 업황 변동성이 큰 산업에서는 부메랑 위험이 더 크다고 분석한다. 호황기 기준으로 성과급 기대치가 굳어질 경우 업황 둔화기에도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사이클 산업은 몇 년만 지나도 실적 흐름이 완전히 바뀐다”며 “호황기 이익 배분 구조를 제도화하면 불황기에는 투자와 고용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美 빅테크는 RSU, 韓 장기 보상 부재


    업계에서는 최근 갈등의 본질을 ‘미완성 성과주의의 충돌’로 해석한다. 장기 인센티브 체계는 자리 잡지 못했는데 단기 현금 보상 기대만 빠르게 커졌다는 얘기다.

    미국 빅테크의 성과 보상 체계는 한국 대기업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현금 성과급보다 RSU(양도제한 조건부주식)와 스톡옵션 비중이 높다. 단기 영업이익 배분보다 장기 주가와 기업가치 상승에 보상을 연동하는 구조다. 직원 보상을 회사 가치와 함께 묶어두는 방식이다.

    엔비디아 사례가 대표적이다. 연봉 상당 부분을 주식으로 지급하고 기업가치 상승이 직원 보상 확대와 연결된다. 백 교수는 “글로벌 기업들은 연봉 상당 부분을 주식으로 지급한다”며 “회사 가치가 올라갈수록 직원 보상도 함께 커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영업이익의 일정 퍼센티지를 떼어가는 방식보다 기존 보상 체계를 유지하면서 성과에 따라 추가 보상하는 구조가 지속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일본 제조업은 장기고용과 연공 기반 임금 체계가 여전히 강한 편이다. 실적 연동 보너스는 존재하지만 한국처럼 영업이익 배분 비율 자체를 둘러싼 공개 갈등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독일 역시 노동자 이사회 참여 제도와 산업별 임금협상 체계가 발달해 있다.

    개별 기업 단위 성과급 충돌보다 산업 단위 장기 협상 구조 안에서 조율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은 연공형 임금 체계와 성과주의가 혼재된 상태다. 주식 보상 문화는 제한적이지만 현금 성과급 비중은 빠르게 커졌다.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종을 중심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이어지면서 영업이익의 일정 몫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제조업체 HR 임원은 “미국처럼 주식 보상 체계가 정착된 것도 아니고 일본처럼 고용 안정 중심 합의가 강한 것도 아니다”며 “결국 현금 성과급이 노사 충돌의 중심이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이후 달라진 판…원청 영업익까지 교섭 이슈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변수는 노란봉투법이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 이후 원청 사용자성 범위가 확대되면서 원청 영업이익 자체가 하청노조를 포함한 공동 교섭 이슈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사례를 산업계는 가장 민감하게 본다. 삼성전자 협력 업체는 2만 곳 이상으로 추산된다. 1차 협력사만 1700여 곳 수준이다. 원청 노조가 대규모 성과급을 받아내면 하청노조 역시 “생산에 기여했다”며 원청 직접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실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 청주3공장 앞에서는 물류 협력업체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성과급 차별 중단과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본사 직원들에게 수억원대 성과급 지급 가능성이 거론되자 하청 노동자들의 박탈감도 커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HD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도 긴장 상태다. 조선업은 사내 협력 업체 비중이 높고 원·하청 임금 격차 역시 큰 산업이다. 원청 실적이 개선될수록 하청노조의 직접 교섭 압박도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LG유플러스와 카카오 등 통신·플랫폼 업종에서도 본사와 외주 인력 간 보상 격차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결과적으로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협상력을 더 키웠다고 본다.

    원청 현금 여력이 성과급으로 먼저 소진되면 협력사 단가 인상이나 하청 처우 개선 재원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중견 제조업체 대표는 “원청 정규직이 영업이익을 먼저 가져가면 협력사에는 남는 게 없다”며 “하청은 임금도 투자도 못한다. 공생 구조가 아니라 빨대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5월 20일 국무회의에서 “세금 떼기 전 영업이익부터 나누자는 건 일부 노조가 선을 넘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실적 호조를 이유로 세전 영업이익의 제도적 분배를 요구하고 있는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치권도 영업이익 배분 요구가 조세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셈이다. 법인세는 영업이익 기준이 아니라 과세소득 기준이다. 영업이익을 먼저 배분하면 법인세 과세표준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국세 수입이 감소한다.

    재계에서는 현금 성과급 중심 구조를 장기 주식 보상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노란봉투법 역시 원청 사용자성 범위와 직접 교섭 기준을 보다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백 교수는 “노조 역시 기업가치를 함께 키운다는 공동 책무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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