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백화점의 ‘어닝 서프라이즈’ 일등 공신인 신세계 강남점은 국내 백화점 업계에서 ‘신기록 제조기’로 불린다. 2010년 개점 10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넘기며 ‘업계 최단기간 1조원 점포’로 이름을 남겼다. 국내에서 매출 ‘2조’와 ‘3조’를 가장 먼저 돌파한 곳도 신세계 강남점이다. 매출 규모가 타 점포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압도적이다. 국내에선 더 이상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이제 신세계 강남점의 눈높이도 해외를 향하고 있다. 올해 매출 4조원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으며 글로벌 백화점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한 것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이 4조를 넘는 백화점은 일본의 이세탄백화점(약 4조3000억원), 영국 해러즈백화점(약 4조8000억원) 등 두 곳에 불과하다. 최근의 국내 백화점 업황이 ‘초호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세계 강남점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 백화점 업계에서도 신세계 강남점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 2000년에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주요 백화점들의 본점과 비교하면 역사는 짧다. 하지만 이들을 매출로 압도하며 빠르게 한국 최고의 백화점으로 거듭났다. ‘최적의 입지’와 ‘압도적인 면적’, 그리고 ‘다양한 명품 판매’라는 ‘3박자’가 어우러진 결과다.
‘사람’과 ‘부’가 집중된 최적의 위치
먼저 입지부터 보면 국내에서 신세계 강남점을 따라올 점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신세계 강남점이 자리한 신반포로는 사람들의 발길이 연일 북적대는 국내 최대 상권으로 꼽힌다. 하루 유동 인구만 대략 100만 명이 넘는다.신세계 강남점의 위치가 대한민국 교통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경부·영동선)과 센트럴시티(호남선)는 서울과 지방 곳곳을 연결하는 ‘핵심 관문’이다. 지하철역(고속터미널역)도 3호선·7호선·9호선이 연계된 ‘트리플 역세권’을 조성했다.
실제로 서울고속터미널과 센트럴시티 대합실은 고속버스를 이용해 각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한 이들로 연일 붐빈다. 3호선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도 사람들로 북적거리긴 마찬가지다.
언제든 가까이에 있는 신세계 강남점을 찾아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있는 고객들이 넘치는 셈이다. 교통 인프라 덕분에 고객들을 몰리게 할 수 있는 ‘힘’을 자연스럽게 구축할 수 있었다.
‘부’가 쏠린 곳이기도 하다. 주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아크로 리버파크, 래미안 퍼스티지, 반포자이 등 고가의 아파트들이 신세계 강남점을 둘러싸고 있다.
막강한 구매력을 갖춘 이들이 가까이 있는 셈이다. 2000년 문을 연 신세계 강남점이 그간 가파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사람’과 ‘돈’이 몰리는 최상의 입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압도적인 면적도 신세계 강남점의 강점이다. 사람들이 몰리는 입지에 걸맞은 초대형화 점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온 결과다.

예컨대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을 출점할 때만 해도 복합 쇼핑몰인 ‘센트럴시티’ 소유주에게 20년 장기 임차를 해 점포를 운영했다.
그런데 이후 신세계 강남점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올리면서 쇼핑몰 부지를 직접 인수하겠다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결국 신세계백화점은 2012년 센트럴시티 소유주에게 쇼핑몰 지분 약 60%를 1조25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만 해도 신세계가 조 단위의 투자를 결정한 것은 처음이었다.
매출 4조 돌파가 새 목표
커다란 면적의 쇼핑 부지를 확보한 뒤에도 신세계백화점의 투자는 이어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운영의 묘’가 돋보였다. 쇼핑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신세계 강남점을 찾아야 할 이유를 만드는 데 집중한 것.2014년 센트럴시티 내부에 전국의 유명 맛집을 모아 만든 ‘파미에 스테이션’을 세운 것이 시작이었다. 2015년에는 백화점에서 구매가 어려웠던 스트리트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킨 ‘파이메 스트리트’도 선보인 바 있다.
최근에도 리뉴얼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 신세계 강남점은 ‘미식의 성지’로도 떠올랐는데 이 또한 리뉴얼의 결과다. 총 6000평(약 2만㎡) 규모의 신세계 강남점 식품관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지난해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를 선보였다. 또 프리미엄 푸드홀 ‘하우스 오브 신세계’도 문을 열었다. 이 두 곳은 K-푸드 열풍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면 찾는 명소로도 떠올랐다. 신세계 강남점 관계자는 “국내 최대 식품관을 찾아온 관광객들이 몰리며 외국인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런 강점들을 활용해 압도적인 명품 라인업도 구축할 수 있었다. 타 점포에서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도 꿈쩍 않던 콧대 높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신세계 강남점에는 입점을 못해 안달이다.
현재 신세계 강남점에는 에르메스(4개), 루이비통(3개), 샤넬(4개)를 비롯한 ‘에루샤’ 3대 명품과 구찌(6개), 디올(4개), 보테가베네타, 프라다 등 글로벌 브랜드를 구매할 수 있다. 이들은 남성·여성 부티크, 뷰티, 슈즈, 주얼리, 키즈라인 등 세분화된 형태로 100여 개 매장에 걸쳐 입점했다. 국내 백화점 중 최대 라인업을 구성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 최초’와 ‘유일’이란 수식어도 항상 강남점과 함께한다. 프랑스 력셔리 브랜드 디올의 키즈 버전인 ‘베이비디올’ 매장도 국내 최초 강남점에서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국내 첫 루이비통 주얼리 전문 매장도 오픈한 바 있다. 럭셔리 워치 브랜드 오데마피게의 국내 유일 매장도 신세계 강남점에 있다.

올해 신세계 강남점의 시선은 매출 4조원를 바라보고 있다. 세계 최고 백화점을 향해 달려간다는 목표다.
신세계 강남점을 필두로 한 백화점 부문의 활약에 힘입어 신세계는 올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연결 기준 매출 3조2144억원, 영업이익 1978억원을 각각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7%, 영업이익은 49.5% 증가했으며 모두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신세계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신세계의 올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전년보다 3.5%와 53.2% 증가한 7조1752억원, 7355억원으로 예상했다.
한편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연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하는 지점이 기존 4개(본점, 강남점, 센텀시티, 대구신세계)에서 5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Art & Science)가 최근 루이비통을 새롭게 입점시키는 등 명품 라인업을 강화하며 연매출 1조원 클럽 가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를 달성하면 전체 12개 지점(천안아산점 제외) 중 절반 가까운 5개 지점이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하게 된다”며 “백화점 업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점포를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라고 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