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메리츠금융이 회사 주요 자산 대부분을 담보신탁으로 묶어두고 있어 자체적인 운영자금 조달이 불가능하다”며 “메리츠금융의 긴급 지원 없이는 영업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최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슈퍼마켓 부문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NS홈쇼핑에 매각했다. 지난 10일엔 대형마트 104개 매장 중 37곳의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현재 운영 중인 대형마트 점포는 67개다.
홈플러스는 남은 점포의 영업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다. 입장문에서 “유통기업은 영업이 중단되면 정상화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나머지 67개 매장마저 영업이 막히면 더 이상 회생 절차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미 지난 4월분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고, 오는 21일 예정된 5월분 급여 역시 밀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가 투입한 긴급운영자금(DIP) 1000억원은 연체된 임직원 급여 지급으로 소진해 바닥을 드러냈다. 협력사 물품 대금도 2000억원가량 밀려 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으로 현금 1200억원을 확보했지만 실제 돈이 들어오기까진 두 달가량 더 걸린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인 7월 3일까지 자금난 해소가 시급하다. 홈플러스는 매각 대금이 들어올 때까지 버틸 브리지론이나 기업회생 절차가 끝날 때까지 구조 혁신을 뒷받침할 DIP 대출을 메리츠금융에 요청하고 있다.
만약 회생 절차를 밟지 못하고 법인이 청산되면 담보권을 가진 메리츠금융의 채권 회수는 가능하지만 후순위 채권자들의 회수율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홈플러스는 “직원 약 1만5000명의 고용은 물론 4600여 개 협력업체, 2900여 개 입점주 등의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며 “메리츠가 전향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메리츠금융은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는 대출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턱대고 자금을 빌려줬다가 손실이 나면 경영진이 주주들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소·고발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은 브리지론 제공을 검토하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이행 보증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 관계자는 “위기 기업에 대한 담보나 보증은 브리지론의 필수적 요소”라며 “결국 MBK가 보증을 결정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회생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