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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형 베이커리 카페나 주차장업이 가업상속공제로 거액의 세금을 감면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늬만 가업승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도 2026년 세법 개정을 통해 적용 업종 축소와 사후관리 요건 강화에 나섰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 강화가 정작 IT·플랫폼·바이오 등 혁신기업에 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 중심 시대에 설계된 경직된 가업승계 제도를 융복합 산업 생태계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보팅도, M&A도 '위반'…혁신기업만 역차별
핵심 쟁점은 '10년 사후관리' 요건이다. 현행 세법은 가업상속공제 후 일정 기간 동안 업종을 유지하도록 규정하며, 업종 변경 여부를 한국표준산업분류 '대분류' 기준으로 판단한다.
전통 제조업은 10년이 지나도 동일 대분류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혁신기업은 다르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로 출발한 스타트업이 생성형 AI 소프트웨어 개발(정보통신업)로 사업을 전환하는 피보팅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일반적인 생존 전략이다. 하지만 세법상 대분류가 바뀌는 순간 '사후관리 위반'으로 간주된다.
인수합병(M&A)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 확보나 시장 확대를 위해 전략적 투자자(SI)를 유치하거나 신주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최대주주 지위가 변동되면, 과세 당국은 이를 '지분 감소 및 가업 미영위'로 보고 상속세 수백억 원에 가산세까지 추징한다. 혁신기업은 성장을 위한 경영 판단을 할수록 세제 리스크에 노출되는 역설적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농우바이오·락앤락…"성공하는 순간 상속세 폭탄"
필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에서 상속·증여세 세무조사를 지휘하며 수많은 기업의 명암을 목격했다. 반복적으로 확인한 가장 큰 위험은 "기업 가치가 폭등하기 전에 승계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스타트업은 임상 성공, 투자 유치, 플랫폼 확장 등을 계기로 기업가치가 단기간에 수십 배 이상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점에 예기치 못한 상속이 발생하면 상속인은 현금화되지 않은 지분에 대해 최대 60%의 상속세를 떠안게 된다. 비상장 혁신기업은 지분은 많아도 현금이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어서, 경영권 매각이나 외부 자본 유치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국내 1위 종자기업 농우바이오가 단적인 사례다. 창업주 타계 후 유족이 1200억원의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알짜 기업의 경영권을 넘겨야 했다. 세계 1위 밀폐용기 기업 락앤락의 창업주도 과중한 상속세 부담을 우려해 회사를 통째로 사모펀드(PEF)에 매각했다. 철저한 승계 플랜 없이 유니콘 반열에 오른 혁신기업이 하루아침에 경영권을 잃거나 헐값에 팔리는 비극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가치 폭등 이전에 설계하라
혁신기업 오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가치 급등 이전에 승계 구조를 미리 짜는 것이다. 시드~시리즈A 단계에서 '가업승계 주식 증여세 과세특례' 등을 활용해 일부 지분을 사전 이전하면 이후 가치 상승에 따른 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다만 단순한 지분 증여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영권 안정성을 위해 종류주식·의결권 구조·투자계약 조항·지주 구조 등 법률·세무 장치를 종합 설계해야 한다. 이는 절세 전략을 넘어선 기업 지속가능성을 위한 리스크 관리다.
스웨덴은 상속세 폐지 후 스포티파이 탄생
근본적으로는 상속세 제도의 패러다임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자국 기업의 해외 이탈을 경험한 스웨덴은 2004년 상속·증여세를 폐지하고 자산 처분 단계의 자본이득 과세 체계로 전환했다. 캐나다는 사망 시 간주처분을 통해 자본이득에 과세하고, 호주도 상속 자체에는 과세하지 않고 자산 처분 단계에서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의 핵심은 '과세 이연'이다. 상속 시점에 세금을 유예하고, 자녀가 주식을 실제로 매각해 현금을 확보했을 때 비로소 그 차익에 과세한다. 미실현 이익에 세금을 매겨 기업을 강제 매각하게 만드는 구조를 없앤 덕분에 스웨덴은 스포티파이(Spotify) 같은 유니콘을 지속 배출하는 유럽 최고의 스타트업 강국으로 부상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편법 승계 차단에만 집중한 나머지 혁신기업의 성장과 산업 전환을 옥죄어서는 안 된다. 제조업 중심의 낡은 틀을 걷어내고, 혁신 생태계에 맞는 유연한 승계·과세 체계를 논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