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자탕 밀키트 주문했어요. 인증합니다."
임신부들이 모인 한 온라인 카페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이 넘는 감자탕 구매 인증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하루에만 50건가량의 인증 글이 올라왔다. 임신부 커뮤니티에 왜 감자탕 인증 글이 넘쳐나는 걸까.
이 카페는 임신 12주 이후 초음파 영상 속 태아의 각도를 보고 성별을 예측해주는 이른바 '각도법'으로 명성을 얻은 곳이다. 운영자는 직접 영상을 보고 "딸에 한 표요" 혹은 "아들에 한 표요"라는 댓글을 달아준다. 2023년 9월 개설 이후 회원 7만 명의 회원이 몰렸고, 누리꾼들 사이에선 '살아있는 삼신할매' '삼신할매 오른팔'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운영자는 수년 전부터 맘카페에서 활동하다 유명세를 치르며 1년 반 전 별도 카페를 개설했다.
감자탕 사면 하루 만에…안 사도 되지만 "하루라도 빨리"

감자탕 인증 글이 올라오는 사연은 이렇다. 카페 운영자는 부산에서 감자탕 가게를 운영하는데, 쿠팡·네이버 등을 통해 2만6000원짜리 밀키트도 판매하고 있다. 배송비까지 더하면 2만9500원. 이 밀키트를 주문한 뒤 주문번호를 카페에 인증하면 일반 대기 순번을 건너뛰고 하루 안에 성별 답변을 받을 수 있다.
감자탕을 구매하지 않아도 성별 판별은 받을 수 있다. 다만 일반 요청은 3~4일을 기다려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태아 성별을 알고 싶은 임신부들이 3만원 가까운 밀키트를 선뜻 구매하는 이유다. "어차피 먹을 거 사는 셈"이라는 게 카페 회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강요도 광고도 없이 "사면 빨리 봐 드립니다"는 방식 하나로, 7만 회원이 자연스러운 홍보 채널이 됐다.
16주면 병원서 알 수 있는데…12주에 굳이 카페 찾는 이유
물론 태아 성별은 병원에서 임신 16주 이후면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임신부들이 12주 초음파 영상을 들고 온라인 카페를 찾는 이유는 뭘까. 우선 비용 문제다. 16주 이전에 성별을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로 거론되는 니프티(NIPT, 비침습적 산전검사)는 비용이 50만~70만원에 달한다.기다림에 대한 조급함도 크다. 성별에 따라 태명을 짓고, 용품을 고르고, 출산 준비를 시작하고 싶은 부모들에게 16주까지의 한 달 남짓은 꽤 긴 시간이다. 황실달력·배 모양·태몽처럼 근거 없는 속설보다는 실제 초음파 영상을 보고 판단한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병원 진단을 뒤집은 사례도 입소문을 탔다. 한 누리꾼은 "병원에서 딸이라고 해서 젠더리빌도 분홍색으로 준비했는데, 운영자님은 아들이라 했다. 나중에 진짜 병원에서도 성별을 아들이라고 번복했다"고 전했다.

쌍둥이를 임신한 한 누리꾼도 "챗GPT나 제미나이한테 초음파 영상 보여줬는데 다 틀리고 의사도 애매하다고 했다. 운영자님만 유일하게 아들둥이라고 했는데 진짜였다. AI보다 뛰어나다"고 후기를 남겼다.
의학적 공인된 방식 아니지만, 영미권서도 유행
운영자가 성별 확인에 사용하는 방법은 이른바 '각도법'(Nub Theory)으로, 임신 12~14주 초음파 영상에서 태아의 성기 결절이 척추와 이루는 각도를 보고 성별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30도 이상이면 남아, 척추와 평행에 가까우면 여아로 본다.각도법은 영미권 커뮤니티에서도 유행한 성별 예측 방식이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수년 전부터 초음파 영상을 올리며 "남자 아이냐 여자 아이냐"(boy or girl?)을 추측하는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물론 각도법이 의학적으로 공인된 성별 판별 방법은 아니다. 태아 자세나 초음파 화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정확도에 대한 공식적인 임상 근거도 제한적이다. 이에 실제로 운영자의 예측이 틀렸다는 반응도 간혹 올라오기도 한다.
서울의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임신 11주에서 14주 사이에는 태아 생식기가 아직 발달 중이고 탯줄 등과 혼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하게 판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재미로 참고하는 수준에서 활용하되, 성별 확인이 꼭 필요하다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