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규백 국방장관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양자회담에서 미국 측과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에 관해 한미 간에 "다른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 측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관해 명시적으로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한민국대사관에서 워싱턴 특파원단과 만나 전날 진행된 양자 회담 결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안 장관은 회담의 주요 주제가 전작권 전환과 나무호 피격 등이었다고 소개했다.
HMM 나무호 피격 사건과 관련해 이란 측의 소행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안 장관은 관련 질문에 거듭해서 "조사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먼저 이란 측 소행이라고 단정하는 글을 올린 점과 관련해 한국의 판단이 미국보다 늦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정부 조사 과정에서 확정이 안 되었기 때문에 조금 늦어진 것"이라면서 "어느 기종의 (비행체가), 어느 나라가 뭘(공격) 했다 이렇게 확정을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군에서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조사에 참여하고 기술적 분석과 자문을 제공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 측이 먼저 호르무즈 해협 개방 관련한 지원을 압박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군사자원 지원까지 검토할 수 있되 국내법 절차에 의해서 하겠다고 먼저 설명을 했다"고 답했다. 안 장관 측이 먼저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관해 이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헤그세스 장관 측에서 추가로 이와 관련한 압박이나 요청 없이 회담이 마무리되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전날 회담 모두발언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장대한 분노’를 언급하며 “우리는 파트너들이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글로벌 위협 환경 속에서 우리 동맹의 힘은 결정적”이라는 이 발언은 미국 측의 압박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방부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작전과 관련해 미국 측에 지지 표명, 인력 파견, 정보 공유, 군사자산 지원 순으로 지원이 가능하지만 국내법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날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 셈이다. 안 장관은 "우리가 국제사회에 책임있는 일원으로 참여하겠다, 단계적으로 기여하겠다고 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날 회동은 전작권 전환 관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한국 측에서 먼저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급박하게 잡힌 일정이었다. 안 장관은 헤그세스 장관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전적으로 동의하고, 거기에 맞춰서 조속히 전환되기를 본인도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의회 측이나 미 해군성 장관 대리(훙 카우 해군 차관)도 "공감을 표시했다"고 했다.
전작권 전환 시기와 관련해 한국 측은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전환을 희망하고 있는 반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2029년 초를 언급한 바 있다. 안 장관은 "군사 당국자가 한미연합사의 측면에서 말한 것"이라면서 양국 국방장관이 (전환시점에 관해) 건의를 받으면 이 내용을 한미안보협의회(SCM)를 통해서 양국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구체적인 전환 시점과 관련해 "미측에서 약간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표현했다. 한미 양국 간에 인식 차가 있지만, 그 격차(갭)가 좁혀지고 있다는 것이 양국 관계자들의 인식이다.
핵추진잠수함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인식과 달리 실제 진행이 되지 않고 있고, 쿠팡 등이 관련되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안 장관은 이에 대해 "안보와 다른 경제문제(쿠팡 등)는 다른 트랙으로 진행돼야 한다"면서 "대(對) 중국, 대 북한 문제까지 고려해서 (핵추진 잠수함) 실무 협의를 개최해야 하지 않느냐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했다.
주한미군 감축 관련해서는 전혀 논의된 바가 없었다고 했다. 한국 내 사드 반출 문제도 거론되지 않았다는 게 안 장관의 해명이다. 국방비 증액에 관해서도 구체적인 부담 증가 요구 등은 없었다고 했다. 안 장관은 "특정 이슈나 현안에 대해 합의를 하거나 심도있게 논의하기 위해 왔다기보다는 소통 차원에서 만나서 여러 논의를 하는 자리였다"고 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