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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시험 못 따면 떠나라”…베테랑 외국인 선원, 불법체류 내몰리나 [비즈니스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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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시험 못 따면 떠나라”…베테랑 외국인 선원, 불법체류 내몰리나 [비즈니스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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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수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선원은 필수 인력이다. 고령화와 청년층의 선원 기피 현상이 겹치며 한국인 선원을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가 커지는 현실과 달리 정부의 외국인 체류 정책은 점점 관리·통제 중심으로 가고 있어 현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강화되는 한국어시험·비자 기준이 현장에서는 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제도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기간 현장에서 일한 숙련 인력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 때문에 더 오래 근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 잘해도 한국어 못하면 떠나야

    현재 외국인 선원들은 주로 E-10(선원취업) 비자를 통해 국내 어선에서 근무한다. 4년 10개월 근무 후 본국에 잠시 체류했다가 다시 입국해 추가로 4년 10개월 근무하는 방식이다. 이후 근무·체류를 추가로 원할 경우 E-7(특정활동) 비자 발급을 시도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요구되는 한국어 능력 기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장기간 승선 생활을 하는 선원 업무 특성상 한국어시험을 준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몇 달씩 바다에 머무르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공부 시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산업 관계자는 “몇 년 동안 한 배에서 성실하게 일한 숙련 선원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결국 현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현장에서는 실제 업무 숙련도가 더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선원 업무에 필요한 한국어 수준 자체가 높지 않다는 설명도 나온다. 조업 과정에서 사용하는 기본 지시어와 도구·어구 명칭 등을 이해하는 수준이면 실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조심해’, ‘천천히’, ‘이거’, ‘저거’ 정도의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주로 이뤄진다”며 “실제로 수십년 동안 큰 문제없이 일해온 외국인 선원도 많다”고 말했다.


    한 사람만 빠져도 배가 못 나간다

    수산업 현장에서는 선원 한 명의 공백이 단순 인력 감소 이상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배가 출항하면 선원마다 맡은 위치와 역할이 정해진다. 선두·중간·선미 등 각 작업 위치마다 담당 인력이 배치되고 보조 인력도 붙는다.



    한 수산업 관계자는 “배 위 작업은 혼자 하기 힘든 구조”라며 “정해진 자리에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한 명이 빠지면 작업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원 비중도 이미 상당하다. 국내 어선은 한국인과 외국인 선원 비율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 문제는 한국 청년층의 선원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외국인 노동력이 산업 유지의 핵심축이 됐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문제가 단순히 외국인 노동자 확대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한다. 한국인 일자리를 대체하는 구조가 아니라 이미 한국인 인력 유입이 크게 줄어든 업종에서 발생하는 현실적 문제라는 것이다.

    외국인 선원, 한국 청년들이 피하는 일 대신하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산업과 일자리는 당연히 한국인이 우선인 것이 맞다”면서도 “수산업 현장은 이미 한국인 선원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데 지금은 외국인 선원들이 그 공백을 메우며 국내 어업과 수산업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경직된 제도는 현장 혼란만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한국어 능력이 단순 언어 문제가 아니라 안전과 인권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본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한국에서 일하려면 안전이나 인권침해 문제 때문에 기본적인 한국어 능력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는 E-10과 E-7 비자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E-10은 노동을 위한 비자인 반면 E-7은 장기 체류와 정착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E-10은 원칙대로 선원으로 일하기 위한 비자고 E-7은 특혜 성격이 있다”며 “가족도 데려올 수 있고 20년 정도 한국 체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년이면 충분히 긴 시간 아닌가”라며 “한 사람이 10년, 20년 계속 일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에 대한 정책적 검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숙련공, 단순 인력 하나가 아냐

    그러나 수산업계는 현실적으로 외국인 숙련 인력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반박한다. 특히 숙련 선원을 잃게 될 경우 현장 피해가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선원이 갑자기 이탈하면 새 인력을 다시 구해야 하고 입국 절차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그동안 배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렵고 피해는 사업주가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E-10 비자는 매년 사업주가 체류 연장 신청을 해야 한다. 또 최대 체류 기간 이후 일정 기간 본국에 머물러야 하는 공백 기간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2~3개월 동안 결국 다른 사람을 뽑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며 “다시 돌아와도 다른 배로 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업계는 단순히 장기 체류를 허용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검증된 숙련 인력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체류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무조건 오래 일했다고 다 비자를 주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장에서 성실하게 오래 근무했고 사업주도 계속 같이 일하고 싶다고 인정하는 인력에 한해 체류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한국어시험 점수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검증된 숙련도와 성실성”이라고 주장했다.

    현장에서는 숙련 외국인 선원이 한국어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뒤 연락이 끊긴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말 일을 잘하던 선원이었는데 결국 시험을 넘지 못했다”며 “지금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 선원이 또 있다”고 말했다. 또 숙련공 문제를 단순 노동력이 아닌 안전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어 그는 “배는 목숨 걸고 타는 곳”이라며 “숙련 인력이 많을수록 사고 위험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또 “사람을 계속 바꾸다가 사고가 나면 책임은 결국 선주(배 주인)와 선장이 지게 된다”며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면 선장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현장 안전을 위한 숙련 인력 유지 문제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실 반영한 체류 제도 필요

    정부도 일부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과거에는 외국인 선원이 이탈할 경우 사업주가 사실상 그대로 피해를 떠안아야 했다.

    최근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정부가 신규 인력 충원 티오(TO)를 부여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사업주는 외국인 근로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고 임금을 정상 지급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소명 자료를 제출하면 된다.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경직된 비자 구조가 현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산업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제도는 숙련 인력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외국인 노동력이 없으면 산업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산업 현실에 맞는 보다 현실적인 체류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노동정책 전문가는 “수산업처럼 특수성이 강한 업종은 일반 제조업과 같은 기준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안전과 의사소통 문제를 고려하면서도 현장 현실에 맞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원 인턴기자 jason2014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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