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1%포인트가 바꾸는 고갈 시계

국민연금의 2005~2024년 20년간 평균 운용 수익률은 연 6.27%였다. 여기에 지난해 수익률 연 18.82%와 올해 예상 수익률 연 20%를 반영하면 2007~2026년 20년 평균 수익률은 연 7.6%까지 높아진다. 보건복지부는 장기 기금투자 수익률이 연 6.5%로 오르면 기금 소진 시점은 2086년으로 미뤄지고, 연 7.5%를 찍으면 2101년까지 버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이 예상치는 인구구조와 임금 상승률, 향후 제도 개편 방향 등을 상수로 고정한 뒤 추산한 참고용 시나리오에 가깝다. 올해 같은 고수익이 반복돼 장기 평균을 끌어올리면 국민연금 재정 안정성에 큰 완충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이를 고갈 우려가 해소됐다고 해석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1~2년 수익률이 높아졌다고 연금 개혁 스케줄을 뒤로 미룰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연금의 실제 운용 수익률이 장기 추계 가정치인 연 4.5%를 웃돈 것은 맞지만, 앞으로도 이런 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작년과 올해 성과가 국내외 증시 랠리와 반도체주 급등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시장 흐름이 꺾이면 수익률은 빠르게 낮아지고, 국내 주식 쏠림도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4월 말 기준 25%를 웃돌며 올해 목표인 14.9%를 10%포인트 이상 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 증시 수급과 기금 자산 배분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금의 현금 흐름이 바뀌는 시점이 되면 운용 수익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이 급여 지출보다 많은 흑자 구조지만, 저출생·고령화가 더 진행되면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진다. 이 국면에 들어서면 새로 유입되는 보험료를 주식과 대체투자 같은 장기 위험자산에 배분하기보다 기존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개인이 퇴직연금을 운용할 때 20~30대에는 주식 비중을 높이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비중을 늘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1700조원 시대, 운용 개혁도 과제
기금 소진 시점 역시 수익률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국민연금 재정은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 수와 임금 수준, 보험료율이 결정하는 ‘수입’과 연금을 받는 수급자 수, 급여 수준, 기대수명이 좌우하는 ‘지출’의 함수다. 출생률이 더 낮아지거나 기대수명이 길어지면 같은 수익률을 내더라도 기금 소진 압력은 커진다. 반대로 가입자 기반이 넓어지고 임금 상승률이 높아지면 보험료 수입이 늘어 고갈 시점은 늦춰질 수 있다.박종상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참에 연금 구조 개혁의 핵심인 자동조정장치 도입 논의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조정장치는 기대수명과 경제 변수 등이 바뀔 때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제도다. 박 교수는 “현재 수익률 가정치가 다소 낮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를 낙관적으로 높이는 것보다 실제로 수익률이 올라가면 소득대체율을 끌어올리고, 반대가 되면 낮추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노후 소득 보장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운용 체계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적립금이 1700조원을 넘어선 만큼 자산 배분 결정 한 번이 수십조원의 성과 차이로 이어질 수 있지만, 최종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가입자·사용자 대표 등 비상근 위원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초대형 글로벌 연기금에 걸맞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기 랠리를 장기 성과로 바꾸려면 운용 독립성과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장기 자산 배분 원칙에 따른 리밸런싱을 병행해야 고수익이 실제 고갈 시점 연장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경진/남정민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