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 종결과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이 임박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가 6일 보도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도 이날 “미국이 위협을 중단한 데 따라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안전한 선박 통항이 보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란 전쟁이 사실상 ‘종전’ 수순에 접어들자 국제 유가는 10%가량 급락했다. 액시오스는 이날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MOU체결에 근접했다”며 “MOU에 이란의 핵농축 일시 중단(모라토리엄),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 및 동결 자금 일부 해제,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행 제한 및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점진적 해제 등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우선 이 같은 내용의 MOU를 맺고 향후 30일간 종전에 관한 세부 조건을 확정 짓는 협상을 이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란 외무부는 “미국의 제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보도가 나온 직후 IRGC 해군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침략자(미국)의 위협이 끝나고 새로운 절차가 마련됨에 따라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통항이 보장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규정을 준수하고 지역 해양 안보에 기여해준 페르시아만(걸프만)과 오만만의 선장 및 선주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트루스소셜에 이란 대표단과 “완전하고 최종적인 합의를 향한 큰 진전이 이뤄졌다”며 “해방 프로젝트를 잠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데 대한 이란의 첫 번째 공식 반응이다.
양국의 협상 진전 소식에 국제 유가는 급락했다. 전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90% 내린 6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이날 10% 이상 급락해 배럴당 89달러까지 떨어졌다. 브렌트유 7월물 가격 역시 장중 9% 넘게 하락해 배럴당 99달러를 기록했다.
이란 핵 동결-美 제재 완화 '빅딜' … 1쪽짜리 종전 합의 초읽기
美 "이란 48시간 내 답변 달라"…이란 "안전한 선박 통항 보장"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해협의 안전 통항을 보장한 것은 미국과의 합의가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내 미군의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을 전격 중단한 것도 이란과의 협상이 진전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이 대이란 해상 봉쇄 조치를 유지하고 있고, 이란 역시 해협 통제권을 쥐고 있어 협상 결렬 시 양국의 군사 충돌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美 "이란 48시간 내 답변 달라"…이란 "안전한 선박 통항 보장"
◇종전 합의 이뤄지나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6일 백악관과 이란의 양해각서(MOU) 합의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48시간 내 몇 가지 핵심 사항에 대해 이란의 답변을 기대하고 있다는 게 액시오스 설명이다. 소식통들은 “아직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전쟁 발발 이후 양측이 타결에 가장 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보도에 따르면 한쪽 분량의 MOU에는 전쟁 종식과 세부 핵 협상의 기본 원칙을 담은 14개 항이 담겼다. 합의 내용에는 이란의 핵농축 일시 중단(모라토리엄),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 및 동결 자금 일부 해제,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행 제한 점진적 해제, 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 점진적 해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제재 해제에 대한 세부 합의를 위해 30일간의 협상 개시를 선언하는 내용과 해당 추가 협상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나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직접 또는 중재자를 통해 이란 관리들과 MOU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이란 핵 문제에 관한 내용은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다. 소식통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는 방안에 동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물질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12일 전쟁’ 당시 이란의 3개 우라눔 농축 시설이 파괴됐지만, 60% 농축 우라늄 약 440㎏의 소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동안 고농축 우라늄의 외부 반출을 허용할 수 없다던 이란의 입장이 바뀌면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된다.
◇“이란 공격 선박 또 발생”
앞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백악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장대한 분노’ 작전 종료를 공식 발표했다. 그는 “지난 주말 ‘프로젝트 프리덤(해방 프로젝트)’이 시작됐다”고 전하며 “걸프 해역에 갇혀 두 달 넘게 방치돼 있는 87개국 출신 민간인 약 2만3000명을 구조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이 끝나고 세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이란과의 회담 진전을 근거로 해방 프로젝트를 중지한다고 했다. 이어 이란 군부가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방침을 시사하면서 양국 간 종전과 관련한 합의가 진행 중이라는 해석이 나왔다.이에 따라 이란 폭격을 재개할 가능성은 점점 작아지는 분위기다. 루비오 장관은 ‘방어 작전’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피터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은 이란이 주변국을 공격했더라도 “휴전 상황”이라는 판단을 바꾸지 않았다.
이란은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되는 데 대해 자신들이 우위를 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여전히 해협 통제권도 쥐고 있다. 전날 IRGC는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은 이란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야돌라 자바니 IRGC 부사령관은 “이란이 지정한 항로만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일하고 안전한 항로”라며 “그 외 경로로 이탈하는 선박은 안전하지 않다. IRGC 해군의 단호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당분간 혁명수비대가 밝힌 ‘새로운 규정 시행’을 선박들이 따르는 것을 전제로 해협의 안전 항행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IRGC의 공격을 받은 선박도 계속 생기고 있다.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의 CMA CGM은 이날 “자사 선박 한 척이 전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던 중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김동현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