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나란히 급등하면서 양사 비(非)오너 임원들의 주식재산도 크게 불어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앞세운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에 주가가 치솟은 데다,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장기성과급 명목의 자사주까지 받으면서 '월급쟁이 신화'를 다시 쓰고 있다.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보유한 회사 주식은 지난 4일 기준 1만4312주로 집계됐다. 직전 보고일인 지난달 7일 8434주에서 5878주 늘었다. 증가분은 SK하이닉스가 장기성과급 행사에 따른 주식 보수 지급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해 지급한 물량이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0.64% 오른 160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곽 사장이 새로 받은 5878주의 평가액은 약 94억1068만원이다. 기존 보유분까지 합친 1만4312주의 평가액은 약 229억1351만원에 달한다.

곽 사장은 이미 지난달 SK하이닉스 비오너 임원 가운데 처음으로 주식평가액 100억원을 넘겼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가 지난달 22일 공개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오너 임원 주식평가액 분석'에 따르면 곽 사장은 당시 SK하이닉스 주식 8434주를 보유해 평가액이 103억2321만원으로 산출됐다. 이후 주가가 추가로 뛰고 성과급 주식까지 더해지면서 보름여 만에 평가액이 120억원 넘게 불어난 셈이다.
안현 SK하이닉스 사장도 장기성과급 주식을 받았다. 안 사장의 보유 주식은 6834주에서 8319주로 1485주 증가했다. 이날 종가 기준 새로 받은 주식의 평가액은 약 23억7749만원이다. 전체 보유 주식 평가액은 약 133억1872만원으로 계산된다. 안 사장도 이로써 비오너 임원 '10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2일 HBM 시장 리더십 확보에 기여한 경영진 성과를 보상하고, 개인 보상을 기업가치 제고와 연계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자사주를 처분해 임원 등에게 지급한다고 밝혔다. 당시 곽 사장과 안 사장, 박정호 경영자문위원 등에게 지급하기로 한 자사주는 총 1만2271주다.

삼성전자 임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4.41% 오른 26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한국CXO연구소 분석에서 주식평가액 1위였던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9만85557주 보유)의 평가액은 이날 종가 기준 무려 약 262억1616만원으로 불어나게 됐다.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도 보유 주식 6만519주의 평가액이 약 160억9805만원으로 늘었다. 지난달 조사 당시 박 사장의 평가액은 132억5366만원이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하루 만에 14% 넘게 뛰면서 주요 임원들의 평가액도 단숨에 수십억원씩 증가한 셈이다.
지난달 21일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오너 임원 중 주식평가액이 10억원 이상인 임원은 17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31명에서 6개월 만에 5.6배로 불어났다. 삼성전자에서 113명, SK하이닉스에서 60명이 '1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배경은 주가 급등이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0월 24일 9만8800원에서 지난달 21일 21만9000원으로 121.7% 올랐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51만원에서 122만4000원으로 140% 뛰었다. 여기에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각각 26만6000원, 160만1000원까지 오르면서 임원들의 주식평가액은 한 단계 더 높아졌다.
인공지능(AI) 설비 투자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양사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사는 HBM 시장에서 선두권 지위를 확보하면서 주가 상승 탄력이 특히 세졌다. 회사가 경영진에게 장기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한 것도 단순 현금 보상보다 기업가치 제고와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10월만 해도 삼성전자에서는 50억원대, SK하이닉스에서는 20억원대의 주식평가액을 보인 임원이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6개월이 지난 최근에는 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각각 200억원대와 100억원대로 크게 높아졌다"며 "2분기에는 두 회사에서 주식평가액이 10억원을 넘는 임원 수가 2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