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랜다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5일(현지시간) 한국 등의 대미투자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비자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메릴랜드주 옥슨힐 게일로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미투자 촉진 박람회 '셀렉트 USA'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조지아 사태 이후 비자 발급 문제가 개선되고 있는지에 관한 한국경제신문의 질의에 이같이 말했다.
랜다우 부장관은 "미국의 비자제도가 (대미투자 과정에서) 현지인력을 교육하거나,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특수한 목적을 가진 방문객을 환영하거나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 기업인이 미국 시설에 파견돼 현지 인력을 교육하려고 할 때, 과연 어떤 비자 범주를 적용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혼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주한 미국대사관 내에 실무 협의체를 즉각 구성했으며, 한국 당국과도 직접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외국 및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적극 장려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랜다우 부장관은 "미국 내 투자와 관련해 우리는 우리가 엄격하게 집행하는 이민법과 비자 관련 법규가 그런 투자를 가로막는 불필요한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려는 바람과 이민법을 엄정히 집행해야 하는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이 두 가지 목표가 결코 양립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두 목표가 조화롭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은 도전과제"라고 했다.
랜다우 부장관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국가의 외교정책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는 외국과의 상업 활동을 통해 실질적인 이익을 얻어내는 데 있다"면서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외교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런 '경제 및 상업 외교'라는 핵심 요소에 대한 집중력을 다소 잃어버렸다"고 자평했다.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각국 상황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도 내놨다. 인도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지난 몇 달 간 타결이 임박했다고 계속 이야기해 왔으며 실제로 근접해 있다고 생각하지만 마지막 남은 하나의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 르몽드 기자는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정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메시지 하나만 올려도 관세를 새로 부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이 왜 굳이 미국과의 협정에 서명해야 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랜다우 부장관은 "미국은 비단 유럽기업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기업에 명백히 거대한 시장"이라면서 "지난 수년간 미국은 무역 파트너에게 상호주의 원칙을 강력히 요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이런 문제는 비단 경제 분야 뿐만 아니라 안보 분야에도 똑같이 적용되며, 안보 문제와 깊이 연관돼 있다"면서 지난해 12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회의(나토 NATO) 회의에 참석했을 때 모두가 대서양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환대했지만, 막상 회의가 시작되자 "더 많은 규제와 문제점을 늘어놓기에 급급해 충격받았다"고 했다. 그는 "양측의 정치 지도부가 공통된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결국 미국과 유럽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이 디지털 분야나 첨단 기술 분야의 특정 미국 기업들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 사이에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이른바 '요요(yo-yo)'와 같은 관계가 지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칠레와 핵심광물 관련 협정을 체결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핵심 광물을 보유한 국가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일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면서 "핵심 광물에 대한 일정한 최저 가격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약탈적인 가격 책정 관행이 전 세계적인 핵심 광물 신규 개발을 저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보장하고, 나아가 관련 가공 시설 확충 문제까지 논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